새로 산 카메라가 여행 첫날 바닥에 떨어져 그대로 고장 났습니다. AS를 맡길 방법도 없어서 결국 핸드폰 하나만 들고 경주 골목을 걷기 시작했는데, 솔직히 그 아쉬움이 금방 사라질 줄은 몰랐습니다. 63년 평생 유럽을 벗어난 적 없다는 스페인 친구 암파로와 함께한 5일간의 경주·부산 여행, 첫날부터 예상을 훌쩍 넘어섰습니다.10년 만에 다시 밟은 경주, 왕릉이 먼저 반겼습니다KTX에서 내려 황리단길 쪽으로 발을 옮기자마자 시야에 들어온 건 거대한 봉분(封墳)들이었습니다. 봉분이란 흙을 높이 쌓아 올려 만든 무덤의 외형을 가리키는데, 경주 대릉원 일대에는 이 봉분이 크고 작은 언덕처럼 겹겹이 이어져 마치 푸른 능선 하나가 도심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10년 만에 다시 왔는데도 그 스케일 앞..
솔직히 저는 경주월드가 에버랜드나 롯데월드에 비해 시시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방 놀이공원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직접 가보니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습니다. 드라켄의 수직 낙하 순간, 섬머린스플래쉬의 물벼락, 그리고 놀이기구 사이사이 먹은 구슬아이스크림까지. 경주월드는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 모를 만큼 밀도 있는 곳이었습니다.드라켄, "별거 없겠지"라는 생각을 완전히 박살 낸 롤러코스터일반적으로 지방 테마파크의 롤러코스터는 수도권 대형 파크보다 스펙이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큰 기대 없이 드라켄 앞에 섰는데, 실제로 타보니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습니다.드라켄은 경주월드의 대표 강도 어트랙션으로, 최대 낙하 각도 90도, 최고 시속 약 100km에 달하는 인버티드 코스터(inv..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경주라고 하면 불국사나 첨성대 같은 유적지 코스를 먼저 떠올리기 마련인데, 정작 저는 엄마와 자쿠지에 몸을 담그고 공사 현장 뷰를 보면서 웃음을 터뜨리는 여행을 하고 왔거든요. 관광 명소보다 훨씬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엄마와의 경주 여행, 숙소 자쿠지부터 마사지까지 실제로 어땠는지 데이터보다는 피부로 느낀 것들로 정리해봤습니다.자쿠지 뷰가 공사 현장? 숙소 선택의 진짜 기준제가 직접 들어가 봤는데, 야외 자쿠지(Jacuzzi)는 생각보다 훨씬 관리가 잘 되어 있었습니다. 여기서 자쿠지란 수압 노즐로 온수 마사지 효과를 내는 욕조를 말합니다. 단순히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는 것과는 다르게, 혈액순환 촉진과 근육 이완(muscle relaxation) 효과가 실질적으..
8세기 경주의 인구는 100만 명. 당시 로마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도시였습니다. 수학여행으로 한 번쯤 다녀온 곳 정도로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텐데,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교촌 한옥마을 골목을 저녁 무렵 천천히 걸어보고 나서야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한옥 외벽 뒤에 숨겨진 모던 카페의 정체월정교가 내려다보이는 자리에 카페 한 곳이 있습니다. 겉에서 보면 고즈넉한 기와지붕의 전통 한옥인데,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전혀 다른 공간이 펼쳐집니다. 천장이 높고, 경주의 역사적 감수성을 현대적 언어로 재해석한 인테리어. 과거와 현재가 한 공간 안에서 충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방식이었습니다.제가 직접 그 앞에 섰을 때 먼저 든 생각은 "이게 가능한 조합이구나"였습니다. 한옥의 목구조(木構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국에서 출발해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경주에 내리는 순간, 지방 소도시라는 선입견이 그대로 무너졌습니다. 천년 고도(古都)라는 말이 괜히 붙은 게 아니었습니다. 신라 천 년의 수도였던 경주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도심 곳곳에 살아 숨 쉬는, 한국에서도 손꼽히는 역사 관광지입니다. 처음 경주역 광장에 섰을 때 제가 느낀 건 단순한 감탄이 아니라, 이 도시를 제대로 걷고 싶다는 욕심이었습니다.KTX 이동과 경주역, 그 첫인상이 여행을 결정짓습니다경주에 가기로 마음먹고 가장 먼저 확인한 건 이동 수단이었습니다. 서울에서 경주까지 KTX를 타면 약 2시간~2시간 30분이면 닿습니다. 고속철도(KTX)란 시속 300km급으로 운행하는 고속열차를 의미하며, 쉽게 말해 유럽의 T..
솔직히 저는 서천에 이런 곳이 있다는 걸 몰랐습니다. 충남 서천 축동저수지를 3면으로 두른 블루아일랜드 캠핑장인데, 처음 진입로에서 호수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남해 어딘가에 와 있는 줄 착각했습니다. 전체 5,500평 부지에 데크 사이트 41개, 카라반 사이트, 미니하우스 4동, 단독 펜션까지 갖춘 곳으로, 풍경만큼이나 시설 구성이 꽤 촘촘했습니다.호수뷰 하나로 다 용서되는 입지캠핑장을 고를 때 저는 항상 '지형'을 먼저 봅니다. 아무리 시설이 좋아도 주변 경관이 밋밋하면 텐트 안에서만 시간을 보내게 되거든요. 그런 기준으로 보면 블루아일랜드는 제가 경험한 충남권 캠핑장 중에서 단연 상위권이었습니다.축동저수지(Chukdong Reservoir)는 총길이가 약 2.5km에 달하는 대형 저수지입니다. 저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