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에서 처음 죽도를 봤을 때, 저는 솔직히 저게 올라갈 수 있는 섬인가 싶었습니다. 깎아지른 기암절벽 위로 달팽이 모양으로 빙글빙글 감겨 오르는 철제 계단이 하늘로 뻗어 있었고, 그 끝은 구름에 닿을 것만 같았습니다. 해발 116m, 둘레 약 4km의 화산섬 죽도. 300개가 넘는 계단을 오른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비밀정원 같은 곳이었습니다.300개 계단 끝에 펼쳐진 풍경저도 처음엔 아래서 올려다보며 그냥 전망대만 보고 내려올까 잠깐 망설였습니다. 계단이 가파른 데다가 난간 너머로 바로 절벽이 펼쳐지는 구조라,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다리가 살짝 떨렸습니다.그런데 막상 오르기 시작하니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한 걸음씩 오를수록 아래쪽 바다가 점점 멀어졌고, 울릉도 본섬의 윤곽이 또렷해졌습니다. 숨이 차오..
자연산 참도다리 1.5kg에 45,000원, 고흥산 바지락 3kg에 20,000원. 서해 수산물 시세가 이 정도면 당일치기 나들이로 손색이 없겠다 싶었습니다. 수원에서 출발해 서해대교를 건너 충남 당진 한진포구까지, 주말 도로 정체까지 감수하고 다녀온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봅니다.수원에서 한진포구까지, 접근성은 어떨까요?수도권에서 서해안 수산시장을 갈 때 가장 먼저 따지는 게 이동 거리입니다. 한진포구는 서해대교를 건너 첫 번째 나오는 송악 나들목에서 5분 거리에 있습니다. 내비게이션 목적지만 찍어도 길이 단순해서, 제가 직접 가봤을 때 방향 감각 없이도 헤매지 않았습니다.문제는 주말 정체였습니다. 평소라면 수원에서 30분 안팎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제가 간 날은 17km를 남겨두고 도로가 완전히 막혀..
경기도에서 가장 깊은 수심을 자랑하는 계곡이라고 하면, 왠지 접근도 쉽고 시설도 잘 갖춰져 있을 것 같다는 생각부터 하게 됩니다. 제가 직접 가봤더니 전혀 달랐습니다. 숲길을 헤치고 펜스 틈새를 통과해야 닿을 수 있는 곳, 포천 도마치 계곡입니다. 그리고 올해가 이 계곡을 즐길 수 있는 마지막 시즌이라는 소식까지 들려왔습니다.군부대 휴가 시설이었던 계곡, 지금 가야 하는 이유도마치 계곡은 30년 전 군부대 휴가 시설로 운영되며 민간인 출입이 전면 통제됐던 곳입니다. 이후 일반 시민에게 개방되면서 알음알음 입소문을 탔는데, 여기서 '군 휴가 시설'이란 군 장병과 그 가족만 이용 가능한 군 복지 공간을 의미합니다. 외부인이 접근할 수 없었던 덕분에 자연이 오랫동안 손상 없이 보존된 것이죠.제가 처음 이 계곡..
10월이 되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검색창만 들여다보다 정작 시기를 놓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매년 그랬습니다. 올해는 그러지 말자 싶어 충북, 전북, 강원까지 직접 발품을 팔아봤는데, 지역마다 절정 시기가 제각각이라 동선을 잘 짜야 한다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어느 곳이 기대 이상이었고 어느 곳은 아쉬웠는지, 제가 겪은 그대로 적어봤습니다.문광저수지와 구절초 지방정원 — 절정 시기와 방문 팁괴산 문광저수지는 10월 하순에 찾아가야 제맛입니다. 저수지를 따라 약 400m 이어지는 은행나무 가로길이 온통 노랗게 물드는 시기가 그때거든요. 새벽에 도착하니 마을 주민분들이 직접 나와 주차를 안내해 주시고, 추운 새벽이라며 따뜻한 커피까지 건네셨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여행지의 첫인상을 ..
솔직히 저는 여주를 그냥 '쌀 유명한 곳'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을 초입에 하루 잡고 직접 돌아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강천섬 은행나무길부터 황학산수목원, 남한강 출렁다리, 신륵사까지 하루 동선으로 다 묶을 수 있는 곳이었고, 서울에서 차로 한 시간 남짓이라는 것도 그날 처음 실감했습니다.강천섬 — 내비게이션 함정부터 조심하세요제가 실수한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내비게이션에 '강천섬'을 그대로 입력한 것이었습니다. 한참을 돌아가는 길을 안내받고 나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목적지를 '불암리 마을회관'으로 잡아야 임시주차장 바로 옆으로 연결되는 데크길이 나온다고 하더군요. 헛걸음 없이 섬에 빠르게 닿을 수 있는 실용적인 팁인데, 이걸 몰랐을 때는 꽤..
솔직히 저는 차 없이도 근교 여행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몸으로 겪기 전까지는 반신반의했습니다. 기름값 걱정도 없고, 주차 스트레스도 없는 뚜벅이 여행이 이렇게 편할 줄은 몰랐거든요. 지하철과 버스만으로 인천 차이나타운부터 수원화성까지, 가을에 딱 어울리는 서울 근교 명소 여덟 곳을 직접 돌아보고 나서야 "진작 이렇게 다닐 걸" 싶었습니다.추억이 살아 있는 인천 차이나타운과 월미도제가 인천역에서 개찰구를 나서는 순간,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붉은 대문과 중국식 건물들이 골목 끝까지 이어지는 차이나타운이 역 바로 앞에 펼쳐지거든요. 걸어서 이동할 필요도 없이 출구에서 그 풍경 속으로 바로 들어가는 구조입니다.차이나타운은 무려 120년 역사를 품은 공간입니다. 제가 특히 흥미롭게 읽은 기록이 있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