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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여행 (양떼목장, 닭갈비, 소양강댐)

위대한그레이스 2026. 8. 21. 18:29

목차


    호수 도시라고 하면 이탈리아 코모나 스위스 루체른 같은 데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사실 서울에서 기차로 한 시간 거리에 그 못지않은 풍경이 숨어 있습니다. 춘천이 그렇습니다. 제가 직접 가보니, 기대보다 훨씬 압도적이었습니다. 동쪽을 봐도 산, 서쪽을 봐도 산, 그 사이로 호수가 넘실거리는 도시를 도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한참 고민했습니다.



    소양강댐이 만든 도시, 그리고 물아래 잠긴 마을들

    춘천에 처음 내려서 춘천대교 위에 섰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카메라 화면으로는 도저히 이 스케일이 담기지 않았습니다. 그냥 서 있는 것만으로도 숨이 트이는 느낌이랄까요. 근데 그 아름다운 호수가 사실은 꽤 아픈 역사 위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춘천은 1965년 춘천댐, 1967년 의암댐, 1973년 소양강댐까지 세 개의 댐이 차례로 들어서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도시입니다. 특히 소양강댐은 동양 최대 규모의 사력댐(沙礫댐)으로 꼽힙니다. 여기서 사력댐이란 콘크리트 대신 모래와 자갈 같은 흙 재료를 쌓아 만든 댐을 말하는데, 수압을 댐 자체의 무게로 버티는 방식입니다. 그 댐 하나가 완성되는 과정에서 무려 38개 마을이 수몰됐고, 약 2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고향을 등져야 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감탄하며 바라보는 그 고요한 호수 바닥에 누군가의 집이, 논이, 골목이 가라앉아 있다는 사실이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아름다움과 상실이 같은 공간에 겹쳐 있는 도시, 그게 춘천이었습니다. 이런 수몰 역사는 출처: 춘천시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춘천대교에서 조금 시선을 돌리면 레고랜드 코리아가 보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냥 테마파크구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공사 기간이 무려 12년이나 걸렸습니다. 그 이유가 공사 현장에서 수많은 고대 유물이 출토됐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청동기 시대부터 사람들이 터를 잡고 살았던 중도 유적지입니다. 중도 유적지란 북한강과 소양강이 합류하는 섬 지형에 조성된 선사 시대 생활 유적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청동기 마을 터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유물을 걷어내는 데만 수년이 걸렸고 그 끝에 테마파크가 들어선 것입니다.

    • 1965년 춘천댐 → 1967년 의암댐 → 1973년 소양강댐 순으로 개발
    • 소양강댐 건설로 38개 마을, 약 2만 명이 이주
    • 레고랜드 부지(중도)에서 청동기 시대 대규모 유적 출토, 공사 12년 소요
    양 떼목장에서

     

    공지천까지, 춘천의 속살을 걸었습니다

    춘천에 양떼목장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막상 가보기 전까지는 크게 기대를 안 했습니다. 그냥 양 몇 마리 있는 작은 농장 정도겠거니 했는데, 제가 틀렸습니다. 입구에서부터 토끼들이 달려들고, 공작새가 날개를 펼치고 서 있었습니다. 그 애니메이션에서 과장해서 그리는 줄만 알았던 공작새 날개가 실제로 그렇게 컸습니다. 옆에 닭이랑 나란히 서 있으니 그 크기 차이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양들에게 먹이를 주다 보면 어느새 먹이가 떨어지는데, 그때도 양들이 포기를 안 합니다. 흑염소는 뿔이 제법 날카로웠고, 담장 밖으로 탈출한 녀석도 있었습니다. 그게 신경 쓰였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압도적인 건 목장 포토존으로 올라가는 길이었습니다. 뒤로 설산이 보이고, 옆으로 춘천의 호수가 펼쳐지는 그 구도는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한국의 알프스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목장을 나와서는 춘천 풍물시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제가 간 날이 마침 장날이었는데, 규모가 상당했습니다. 옷, 신발, 각종 잡동사니부터 먹거리까지, 한참을 걸어도 시장 끝이 안 나왔습니다. 성남 모란장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규모였습니다. 국립춘천박물관도 들렀는데, 입장료가 무료인 데다 대형 LED 미디어월로 춘천의 역사를 시각화해 놓은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전시 내용이 신라·고조선 중심이라 강원 지역 선사 유적, 특히 춘천 신매리·혈동리 같은 유적지의 이야기가 더 채워졌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국립춘천박물관 전시 정보는 출처: 국립춘천박물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강원대학교 캠퍼스에도 올라가 봤습니다. 대학교 뒷배경이 마운틴뷰라는 게 서울에서 살다 온 제게는 낯설고 부러운 풍경이었습니다. 기숙사는 솔직히 저희 집 아파트보다 나아 보였습니다. 그리고 도시 동서를 관통하는 공지천(公之川) 산책로에서는 춘천 시민들의 일상이 그대로 보였습니다. 공지천이란 북한강에서 이어진 지류가 춘천 시내를 동서로 가르며 흐르는 하천인데, 양쪽 둑에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이 하천변에서 조깅하고, 자전거 타고, 그냥 앉아서 물 바라보는 시민들을 보면서 이게 진짜 일상 속 자연이구나 싶었습니다.

    요약: 양떼목장의 서정적인 산·호수 뷰부터 풍물시장의 활기, 공지천 산책로의 일상까지, 춘천의 매력은 관광지와 시민의 삶이 한 공간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는 데 있습니다.

     

    숯불 닭갈비, 그리고 춘천 밤거리에서 만난 80년 토박이

    춘천 명동거리에 들어섰을 때, 서울 건대역 근처를 걷는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몰려다니고, 가게마다 불이 켜지고 있었습니다. 닭갈비 골목은 그 명동거리 안에 따로 모여 있었습니다. 골목 하나에 닭갈비집이 열 군데 이상 붙어 있으니 처음 보면 어디를 들어가야 할지 잠깐 망설여집니다.

    혼자서 1인분을 시켰는데, 숯불에 제대로 올려주셨습니다. 춘천 닭갈비의 특징이 바로 이 숯불구이 방식인데, 철판에 볶는 방식과 달리 숯불 직화로 구워내기 때문에 겉은 살짝 탄 듯 향이 나고 속은 촉촉하게 익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숯불 향이 고기에 배는 그 짧은 시간이 이 맛의 핵심이었습니다. 식으면 금방 달라지니 바로 먹는 것이 맞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거리를 걷다가 국화빵 줄에 끼어 있는 어르신과 짧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춘천에서 80년을 사셨다고 하셨습니다. 다른 데 가고 싶으신 적은 없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하셨습니다. "물이 깨끗하잖아요"라는 말 한마디였습니다. 그 간결함이 오히려 더 와닿았습니다. 의암호 구경 이야기도 하셨는데, 이 도시에서 태어나 이 도시의 물과 산을 평생 곁에 두고 사신 분의 말씀이라 가볍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해가 지고 나서도 춘천대교로 다시 나가 봤습니다. 불 켜진 시내가 호수에 반사되고, 그 뒤로 산 실루엣이 여전히 선명했습니다. 당일치기로 마무리하기에 아쉽다는 생각이 든 건 그때였습니다. 이 도시는 낮보다 밤이 조금 더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요약: 춘천 닭갈비는 숯불 직화 방식이 핵심이고, 80년 토박이 어르신의 "물이 깨끗하잖아요"라는 한마디가 이 도시의 본질을 정확히 짚어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춘천 당일치기 여행, 실제로 어떤가요?

    A. 제가 직접 해봤는데, 솔직히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양떼목장, 풍물시장, 박물관, 공지천, 명동 닭갈비 골목을 다 도는 데 하루가 꽉 찼고, 소양강댐 쪽까지 보려면 하루로는 부족합니다. 가능하면 1박 2일을 권합니다.

     

    Q. 춘천 닭갈비 1인 식사 가능한가요?

    A. 가능합니다. 제가 명동 닭갈비 골목에서 1인분을 주문했고, 숯불에 정성껏 내어주셨습니다. 다만 가게마다 다를 수 있으니 들어가기 전에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대부분 점심보다 저녁 시간대에 분위기가 더 살아납니다.

     

    Q. 국립춘천박물관 입장료 얼마예요?

    A. 무료입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 입장료 없이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규모도 제법 있고 LED 미디어월로 구성된 입구 전시가 인상적이었는데, 강원 지역 고유 유적 관련 전시가 더 보강됐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습니다.

     

    Q. 소양강댐 수몰 마을이 38개라는 게 사실인가요?

    A. 사실입니다. 1973년 소양강댐이 완공되면서 38개 마을이 수몰됐고, 약 2만 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이주해야 했습니다. 지금 그 고요한 호수 아래에 그 마을들이 잠들어 있다고 생각하면, 풍경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결론

    춘천은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여러 겹으로 쌓인 도시였습니다. 수몰 역사와 청동기 유적, 그 위에 세워진 현재의 도시,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담담하게 일상으로 살아내는 시민들까지요. 단순히 닭갈비 먹으러 가는 도시로만 알고 있었다면, 조금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에 다시 간다면 소양강댐 아래 자락을 걸어보고, 공지천에서 자전거 한 번 타보고 싶습니다.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거리지만, 하루를 더 잡아서 느리게 돌아보는 것이 이 도시와 잘 맞는 방식인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aGrijHzsJ_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