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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200만 명이 찾는다는 수리산 둘레길, 처음엔 솔직히 '그게 그렇게 대단한 코스야?' 싶었습니다. 직접 걸어보고 나서야 그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야미역에서 출발해 갈치저수지, 덕고개, 임도 오거리, 수리사, 탐방안내소까지 이어지는 6코스를 걸어본 솔직한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임도 오거리까지 — 도심 10분 거리에 강원도 숲이 있다

4호선 대야미역 2번 출구를 나오면 트레킹이 시작됩니다. 역 이름이 재밌어서 찾아봤는데, '대야미(大也味)'란 큰 논을 뜻하는 순우리말 '한미'를 한자로 옮긴 데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하더라고요. 이름 하나에도 이 동네의 농촌 역사가 녹아 있었습니다.

역에서 출발해 대야동 행정복지센터를 지나 아이파크 아파트 맞은편 계단길을 오르면, 불과 10분 만에 풍경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제가 직접 걸어봤는데, 아파트 단지 옆이었다가 순식간에 흙길과 나무 냄새가 펼쳐지는 그 전환이 꽤 강렬했습니다. '내가 지금 수도권에 있는 게 맞나' 싶은 느낌이랄까요.

이정표를 따라 감투봉·슬기봉 방향으로 짧은 오르막을 넘으면 갈치저수지 방향으로 내려가는 시골길이 나옵니다. 갈치저수지는 1984년 농업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조성된 곳으로(출처: 경기도청), 저수지 이름은 이 일대가 예로부터 '갈티고개'로 불린 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저수지 주변으로 식당들이 제법 있어 드라이브 코스로도 많이 찾는다고 하던데, 걸어서 지나치니 그 여유로운 분위기가 더 오래 머물렀습니다.

갈치저수지를 지나 덕고개 들머리에서 본격적인 수리산 둘레길 6코스가 시작됩니다. 여기서부터 첫 번째 목적지인 임도 오거리까지 약 1.8km, 30분 남짓 걷는 구간이 이 코스의 백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임도(林道)란 산림 관리를 위해 개설된 산속 차도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차 한 대가 지나갈 수 있을 만큼 넓은 비포장 산길인데, 양쪽으로 빼곡히 들어선 나무들이 자연스럽게 그늘 터널을 만들어줘서 한여름에도 생각보다 시원하게 걸을 수 있습니다. 수리산이 경기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것은 2009년으로(출처: 경기도립공원), 군포시·안양시·안산시 세 도시에 걸쳐 있는 광주산맥 줄기의 명산입니다. 가장 높은 태을봉이 해발 489m이고, 그 아래로 슬기봉·관모봉·수암봉이 능선을 이룹니다.

  • 대야미역 2번 출구에서 덕고개 들머리까지 도보 약 20~25분
  • 체력 안배가 필요하다면 1번 출구 쪽 버스 정류장에서 1-1, 1-2, 100-1번 버스를 타고 덕고개 정류장 하차 가능
  • 덕고개에서 임도 오거리까지 약 1.8km, 경사 거의 없는 평탄한 임도 구간
  • 임도 오거리는 다섯 갈래 길이 교차하는 지점으로,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코스로 연결됨
요약: 대야미역에서 갈치저수지·덕고개를 거쳐 임도 오거리까지 이어지는 전반부는 경사가 거의 없는 그늘 임도로, 수도권에서 보기 드문 쾌적한 평탄 숲길 트레킹 코스입니다.

 

수리사와 탐방안내소 — 1,500년 역사와 생태가 공존하는 공간

임도 오거리에서 수리사 방면으로 접어들면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앞선 임도 구간이 넓고 완만한 흙길이었다면, 이쪽은 돌뿌리가 불규칙하게 솟은 자연 산길에 가깝습니다. 제 경험상 이 구간은 가벼운 운동화로는 발목이 꽤 고생합니다. 발목을 잡아주는 등산화 착용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점, 꼭 짚고 싶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둘레길이라고 하면 운동화로도 충분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수리사 구간만큼은 실제로 걸어보니 다릅니다.

임도 오거리에서 약 1.5km, 25분을 내려가면 수리사로 오르는 갈림길이 나옵니다. 살짝 가파른 경사이지만 데크 계단이 잘 정비돼 있어 크게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올라가는 길목에 작은 석굴암 형태의 불상이 자리하고 있는데, 소박하면서도 정성스러운 느낌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수리사(修理寺)는 정확한 창건 연대가 기록에 남아 있지 않지만, 대웅전 뒤편에서 통일신라 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금동불상이 발견되어 신라 진흥왕 재위 시기인 서기 558년 창건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창건(創建)이란 사찰이 처음 세워진 시점을 의미하는데, 1,500년 가까운 역사를 품은 천년 고찰입니다. 전성기에는 대웅전 외에 건물 36동과 암자 132개를 거느렸다고 하는데, 산 하나에 암자가 132개라니 지금 기준으로는 상상도 안 되는 규모입니다. 그러나 임진왜란 때 전소되는 아픔을 겪었고, 이후 의병장 곽재우 장군이 말년에 이 절에 은거하며 중창불사(重創佛事)를 했다고 전해집니다. 중창불사란 한 번 무너지거나 소실된 사찰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불사를 뜻합니다. 나라를 위해 온몸을 바쳤던 홍의장군이 생의 마지막을 이 조용한 산사에서 보냈다고 하니, 절 마당에 잠시 서 있는 것만으로도 그 쓸쓸함과 고결함이 묘하게 전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시련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1950년 한국전쟁 때 또 한 번 전소됐고, 절터 인근은 6.25 전사자 유해 발굴 기념 구역으로 지정돼 있을 만큼 당시 치열한 전투가 이 산 일대에서 펼쳐졌다고 합니다. 2007년 이후로만 유해가 네 구 수습됐다고 하니, 아름다운 숲길 아래에 이런 역사가 숨어 있다는 사실이 새삼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수리사에서 내려와 갈림길을 지나 곧장 내려가면 수리산 도립공원 탐방안내소가 나옵니다. 생태공원(生態公園)이 조성돼 있는데, 이는 특정 지역의 자연 생태계를 보전하고 관찰할 수 있도록 정비한 공원을 의미합니다. 납덕골과 매쟁이골 일대에 야생화원, 습지 데크, 숲속 놀이터까지 갖춰져 있어 아이들과 함께하는 자연학습 코스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탐방안내소 내부에서는 수리산의 지질, 동식물에 대한 전시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고, 화장실과 식수대 같은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트레킹을 마무리하며 쉬어가기에 딱 좋습니다.

단,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주말에는 탐방안내소 인근이 가족 단위 나들이객으로 제법 혼잡합니다. 수리사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숲속의 온전한 여유를 만끽하고 싶다면, 주말보다는 평일 오전 시간대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저도 평일 오전에 갔더니 임도 구간 내내 자전거 타는 분들 몇 명 외에는 거의 혼자 걷다시피 했거든요.

요약: 임도 오거리 이후 수리사 구간은 돌뿌리 많은 자연 산길이므로 등산화 필수이며, 1,500년 역사의 수리사와 생태공원이 어우러진 탐방안내소까지 온전히 즐기려면 평일 오전 방문이 최선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수리산 둘레길 6코스 총 거리와 소요 시간이 어떻게 되나요?

A. 대야미역에서 탐방안내소 인근 납덕골 버스 정류장까지 걸었을 때 약 6~7km 정도입니다. 제가 직접 걸어봤을 때 중간에 수리사 들르는 시간 포함해서 2시간 30분~3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평탄한 구간이 많아 체감 거리는 훨씬 짧게 느껴졌습니다.

 

Q. 대야미역에서 덕고개 들머리까지 걸어가야 하나요?

A. 걸어가면 약 20~25분 정도 소요되는데, 그 자체로 갈치저수지를 경유하는 시골 정취가 있어 나쁘지 않습니다. 체력을 아끼고 싶다면 대야미역 1번 출구 방향 버스 정류장에서 1-1, 1-2, 100-1번 버스를 타고 덕고개 정류장에서 내리시면 됩니다. 저는 걸어갔다가 버스로 돌아왔는데, 두 가지 방법 다 무리 없었습니다.

 

Q. 운동화로 걸어도 괜찮은 코스인가요?

A. 덕고개에서 임도 오거리까지 전반부는 평탄한 흙길이라 운동화로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임도 오거리에서 수리사로 이어지는 구간은 돌뿌리가 많고 경사가 불규칙해서, 제 경험상 발목을 잡아주는 등산화가 없으면 꽤 불편합니다. 처음 오시는 분이라면 등산화 착용을 강력히 권장합니다.

 

Q. 수리사 주차 가능한가요?

A. 수리사 일주문 뒤쪽으로 주차 공간이 마련돼 있습니다. 차를 가지고 가신다면 탐방안내소 방면에도 임시 주차장이 있으니 참고하시면 됩니다. 다만 주말에는 혼잡할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대중교통 이용을 추천합니다.

 

Q. 수리산 둘레길에서 맑은 날 정상 조망이 정말 인천 앞바다까지 보이나요?

A. 태을봉이나 슬기봉 정상에 오르면 맑은 날 40km 이상 떨어진 인천 앞바다까지 보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걸었던 날은 약간 흐려서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수도권 명산 중에서도 조망이 특히 뛰어난 산으로 꼽히는 만큼 맑은 날 정상 코스 도전도 충분히 가치 있어 보입니다.

 

결론

걷는 내내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연간 200만 명이 찾는다는 수치가 처음엔 마케팅 문구처럼 들렸는데, 직접 걸어보고 나서야 그게 그냥 나온 숫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대야미역에서 20분 거리에 이런 숲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수도권에 사는 사람에게는 꽤 큰 행운입니다.

임도 오거리까지의 평탄한 그늘 임도는 초보자도, 가족 단위 방문객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구간입니다. 수리사 구간부터는 등산화를 꼭 챙기시고, 1,500년 역사를 품은 사찰과 생태공원의 여유까지 온전히 누리고 싶다면 평일 오전을 노려보시길 바랍니다. 가을 단풍 시즌이나 봄꽃이 만개하는 시기에 다시 한번 찾아가 보고 싶은 코스로 제 리스트에 확실히 올라갔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k4BZ1UiJw8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