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 이천 원을 내면 같은 금액의 춘천사랑상품권으로 돌려받는다. 사실상 무료로 이십오억 년의 지질 역사를 품은 협곡을 만날 수 있다는 뜻이다. 처음 이 구조를 접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는데, 직접 다녀와 보니 입장료 환급 시스템보다 협곡 자체가 훨씬 인상 깊었습니다.대중교통으로 가는 강촌 등선폭포 협곡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까다로울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인식인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용산역에서 ITX 청춘 열차를 타면 가평역까지 약 한 시간이면 닿습니다. ITX 청춘이란 인터시티 익스프레스(Inter-city express) 계열의 간선 급행열차로, 일반 전철보다 정차역이 적고 좌석제로 운행되는 준고속 열차를 말합니다. 2층석 기준 요금은 6,900원으로, 서울에서 강원도 경계권까지 이 금액..
여름 계곡 트레킹은 차를 몰고 외곽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저는 그렇게 믿다가 지하철 3호선 한 번, 버스 한 번으로 북한산성 계곡길을 걷고 나서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울창한 숲이 햇빛을 통째로 막아주는 계곡길을 따라 역사 유적까지 함께 만날 수 있는 곳, 제가 직접 걸어보고 솔직하게 정리했습니다.대중교통만으로 닿는 계곡 입구일반적으로 계곡 트레킹은 자차가 필수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북한산성 계곡길만큼은 그 공식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2번 출구로 나와 뒤쪽 버스 정류장에서 704번 또는 양주 37번 버스를 타면 약 10분 만에 북한산성입구 정류장에 닿습니다. 버스에서 내린 뒤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직진하면 주차장이 나오고, 그 끝에 북한산성 탐방지원..
서울 한복판에 숲길이 7킬로미터나 이어진다고 하면 믿어지시겠습니까? 저도 반신반의하며 광운대역 3번 출구를 빠져나왔는데, 두 시간 뒤에는 "왜 진작 안 왔지"라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올 7월 광운대역 구간까지 전 구간 개통한 경춘선숲길, 직접 걸어본 솔직한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폐선 재생, 낡은 철길이 숲길로 태어난 과정광운대역은 2013년까지 '성북역'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주민투표를 거쳐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고, 2010년까지는 실제로 경춘선 열차가 이 선로를 달렸습니다. 3번 출구를 나와 왼쪽 육교를 건너면, 그 경춘선이 달리던 옛 철로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제가 직접 서봤을 때 느낀 건, 녹슨 레일과 낡은 침목이 그냥 방치된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흔적'으로 보존되어 있다는 점이었습니..
솔직히 저는 바다부채길이 그냥 평범한 해안 산책로라고 생각했습니다. 강릉 정동진에서 심곡항까지 이어지는 3.01km 구간인데, "한 시간이면 된다"는 말만 믿고 가볍게 출발했다가 예상보다 훨씬 많은 것을 보게 됐습니다. 기암괴석, 해안동굴, 몽돌해변, 지역 전설까지 한 코스에 다 들어 있었고, 마지막 헌화로 구간에선 갑작스러운 소나기까지 만났습니다.입장료 5,000원, 실제로 낼 가치가 있는가금진항에 주차한 뒤 마을버스를 타고 정동진항으로 이동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매표소에 섰을 때 성인 기준 5,000원이라는 안내판을 봤는데, 솔직히 그 순간 잠깐 망설였습니다. 무료로 걸을 수 있는 해안 트레킹 코스가 워낙 많으니까요.그런데 실제로 걷다 보니 유료화의 이유를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바다부..
총 거리 약 11km, 소요 시간 6시간. 이 숫자만 보면 솔직히 좀 겁이 났습니다. 그런데 고천역에서 출발하는 반송 방향 코스로 장산을 올랐던 그날, 힘들다는 생각보다 "이쪽 길을 왜 이제야 알았지"라는 아쉬움이 더 컸습니다. 해운대 바닷가 쪽 루트만 알고 있던 분이라면, 이 글이 꽤 반가울 겁니다.고천역에서 시작하는 능선길, 초반이 이렇게 편할 줄은 몰랐습니다장산 반송 코스의 들머리는 지하철 4호선 고천역입니다. 역에서 내려 약 1km 정도 걸으면 숲 속 산수장이 나오고, 거기서 원호사 방향으로 진입하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됩니다.처음 능선에 올라탔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느낀 건 "어, 생각보다 안 힘드네"였습니다. 이 구간은 완만한 업다운(완경사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지형)이 이어지는 능선길로..
여름 산행에서 정상이 진짜 목적지일까요? 폭염이 33도를 찍던 날, 저는 전남 곡성 동악산에서 그 답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도림사 계곡물에 발을 담그는 순간, 두 시간 넘게 땀 흘리며 오른 정상보다 그 30초가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았습니다.계곡 산행, 오르는 것보다 내려오는 길을 먼저 봐야 하지 않을까요?전날 진도 동석산 산행에서 더위를 먹고 컨디션이 100%가 아닌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원래 많이들 찾는 한종주 코스 — 도림사에서 출발해 배너미재를 거쳐 능선을 타는 11~12km짜리 종주 코스, 쉽게 말해 산 한 바퀴를 완전히 돌아 내려오는 루트 — 를 포기하고 이른바 '찍먹' 방식을 택했습니다. 찍먹이란 정상만 빠르게 밟고 원점 회귀하는 최소 동선 산행을 뜻합니다.도림사 주차장에서 일주문을 통과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