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를 가면 불국사부터 찾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시지 않습니까?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막상 다녀오고 나서 가장 오래 머릿속에 남은 건 황릉처럼 녹색으로 부풀어 오른 고분군의 능선이었고, 그 옆 식당에서 먹은 솥밥의 누룽지 냄새였습니다. 오랜만에 재회한 친구와 함께한 이번 경주행은, 제가 얼마나 이 도시를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는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 여정이었습니다.고분군, 걷다 보면 역사가 말을 걸어옵니다대릉원(大陵苑) 일대의 고분군은 신라 시대 왕족과 귀족의 무덤이 밀집한 유적지입니다. 여기서 고분(古墳)이란 단순히 오래된 무덤이 아니라, 흙을 높이 쌓아 올린 봉분(封墳) 형태의 묘제를 가리키는 고고학 용어입니다. 쉽게 말해 봉분이 높을수록 피장자(被葬者)의 신분이 높았다는 뜻인데, 저는 그 ..
새로 산 카메라가 여행 첫날 바닥에 떨어져 그대로 고장 났습니다. AS를 맡길 방법도 없어서 결국 핸드폰 하나만 들고 경주 골목을 걷기 시작했는데, 솔직히 그 아쉬움이 금방 사라질 줄은 몰랐습니다. 63년 평생 유럽을 벗어난 적 없다는 스페인 친구 암파로와 함께한 5일간의 경주·부산 여행, 첫날부터 예상을 훌쩍 넘어섰습니다.10년 만에 다시 밟은 경주, 왕릉이 먼저 반겼습니다KTX에서 내려 황리단길 쪽으로 발을 옮기자마자 시야에 들어온 건 거대한 봉분(封墳)들이었습니다. 봉분이란 흙을 높이 쌓아 올려 만든 무덤의 외형을 가리키는데, 경주 대릉원 일대에는 이 봉분이 크고 작은 언덕처럼 겹겹이 이어져 마치 푸른 능선 하나가 도심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10년 만에 다시 왔는데도 그 스케일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