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산행에서 정상이 진짜 목적지일까요? 폭염이 33도를 찍던 날, 저는 전남 곡성 동악산에서 그 답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도림사 계곡물에 발을 담그는 순간, 두 시간 넘게 땀 흘리며 오른 정상보다 그 30초가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았습니다.계곡 산행, 오르는 것보다 내려오는 길을 먼저 봐야 하지 않을까요?전날 진도 동석산 산행에서 더위를 먹고 컨디션이 100%가 아닌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원래 많이들 찾는 한종주 코스 — 도림사에서 출발해 배너미재를 거쳐 능선을 타는 11~12km짜리 종주 코스, 쉽게 말해 산 한 바퀴를 완전히 돌아 내려오는 루트 — 를 포기하고 이른바 '찍먹' 방식을 택했습니다. 찍먹이란 정상만 빠르게 밟고 원점 회귀하는 최소 동선 산행을 뜻합니다.도림사 주차장에서 일주문을 통과하..
640m짜리 산이 서울 근교에서 가장 짜릿한 암벽 구간을 품고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직접 기차바위를 밧줄 하나에 의지해 올라서던 순간, 저는 '이게 동네 산이 맞나' 싶었습니다. 수락산은 높이로 사람을 압도하는 대신, 깊은 골짜기와 날카로운 화강암 능선으로 그 이상의 경험을 돌려줍니다.수락산, 낮다고 얕보면 큰코다칩니다수락산의 해발 고도는 638m입니다. 북한산(836m)이나 관악산(632m)과 숫자만 비교하면 딱히 특별해 보이지 않지요. 그런데 막상 석림사에서 출발해 1-3 코스로 접어들면, 이 산이 얼마나 '알짜배기'인지 금세 느끼게 됩니다. 제가 직접 걸어봤는데, 능선 하나를 넘을 때마다 풍경이 바뀌는 속도가 웬만한 고산 못지않았습니다.이 산이 화강암(granite)으로 이루어진 것도 중요한 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