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지하철 9호선을 그저 강남과 김포공항을 잇는 출퇴근 노선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직접 서쪽 끝 개화역부터 한 정거장씩 내려보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130m짜리 산 정상에서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장면을 내려다보고, 빌딩 숲 한복판에서 열대 식물원을 걷고, 폐정수장이 공원으로 변신한 야경 명소까지 — 차 없이도, 멀리 가지 않아도 이런 여정이 가능하다는 걸 이번에 처음 몸으로 확인했습니다.개화산 — 130m가 주는 의외의 스케일저도 처음엔 "130m짜리 산이 무슨 볼거리가 있겠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9호선 개화역 1번 출구를 나와 20분쯤 걷다 정상에 섰을 때, 그 생각은 곧바로 철회했습니다. 김포공항 활주로가 발아래 펼쳐지고, 착륙 직전의 비행기가 머리 위를..
용산 미군기지가 이렇게 넓은 줄 몰랐습니다. 120년 만에 완전 개방됐다는 뉴스를 흘려들었을 때만 해도 "그냥 잠깐 걷다 오는 공원이겠지" 했는데, 실제로 발을 들여놓으니 반나절이 부족했습니다.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 1번 출구에서 도보 100m, 예약 없이 들어갈 수 있는 이 거대한 역사 공간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 숨어 있던 전혀 다른 세계였습니다.120년 만에 열린 역사공간, 용산 미군기지의 무게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거대한 향나무 한 그루가 버티고 서 있었습니다. 수령을 가늠하기 어려운 이 나무는 1880년대 청나라 군대가 이 땅을 처음 쓰기 시작한 때부터 일본군, 그리고 한국전쟁 이후 수십 년간의 미군 주둔까지 모든 장면을 지켜본 셈입니다. 옛 군사 시설 표지판과 미군 기지 초소가 그대로 남아 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