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산 카메라가 여행 첫날 바닥에 떨어져 그대로 고장 났습니다. AS를 맡길 방법도 없어서 결국 핸드폰 하나만 들고 경주 골목을 걷기 시작했는데, 솔직히 그 아쉬움이 금방 사라질 줄은 몰랐습니다. 63년 평생 유럽을 벗어난 적 없다는 스페인 친구 암파로와 함께한 5일간의 경주·부산 여행, 첫날부터 예상을 훌쩍 넘어섰습니다.10년 만에 다시 밟은 경주, 왕릉이 먼저 반겼습니다KTX에서 내려 황리단길 쪽으로 발을 옮기자마자 시야에 들어온 건 거대한 봉분(封墳)들이었습니다. 봉분이란 흙을 높이 쌓아 올려 만든 무덤의 외형을 가리키는데, 경주 대릉원 일대에는 이 봉분이 크고 작은 언덕처럼 겹겹이 이어져 마치 푸른 능선 하나가 도심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10년 만에 다시 왔는데도 그 스케일 앞..
8세기 경주의 인구는 100만 명. 당시 로마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도시였습니다. 수학여행으로 한 번쯤 다녀온 곳 정도로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텐데,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교촌 한옥마을 골목을 저녁 무렵 천천히 걸어보고 나서야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한옥 외벽 뒤에 숨겨진 모던 카페의 정체월정교가 내려다보이는 자리에 카페 한 곳이 있습니다. 겉에서 보면 고즈넉한 기와지붕의 전통 한옥인데,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전혀 다른 공간이 펼쳐집니다. 천장이 높고, 경주의 역사적 감수성을 현대적 언어로 재해석한 인테리어. 과거와 현재가 한 공간 안에서 충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방식이었습니다.제가 직접 그 앞에 섰을 때 먼저 든 생각은 "이게 가능한 조합이구나"였습니다. 한옥의 목구조(木構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