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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에 왜가리가 산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믿지 않았습니다. 콘크리트 건물에 둘러싸인 도심 하천에 야생 조류라니. 그런데 직접 가보니 왜가리는 물론 백로에 청둥오리 가족까지, 그야말로 '사람이 새를 구경하러 간 건지, 새가 사람을 구경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청계천은 제가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달랐습니다.
도심 생태복원의 현장, 청계천에서 사계절을 걷다
청계천은 흔히 '인공 하천'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경험한 청계천은 그 표현이 조금 억울하게 느껴질 만큼 자연스러웠습니다. 인왕산 수성동 계곡, 북한산, 남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경복궁과 창덕궁을 지나 이 물길로 모여듭니다. 그러니 완전한 인공이라고 단정하기엔 뿌리가 제법 깊습니다.
봄에 처음 청계천을 걷던 날, 제가 직접 확인한 건 물속이었습니다. 잉어, 붕어, 피라미가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헤엄치고 있었고, 청둥오리 새끼들이 어미를 따라 줄지어 이동하는 모습은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게 만들었습니다. 봄바람에 버들가지가 흔들리고 징검다리 위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치는 그 풍경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여기서 '도심 생태복원(Urban Ecological Restoration)'이란 개발로 훼손된 도시 내 자연환경을 인위적으로 되살려 생태계 기능을 회복시키는 작업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콘크리트로 덮었던 자연을 다시 숨 쉬게 하는 일입니다. 청계천이 그 국내 대표 사례로 꼽히는 건, 복원 이후 실제로 생물 다양성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출처: 한국환경연구원(KEI) 자료에 따르면 청계천 복원 이후 어류, 조류, 식물 종 수가 복원 전 대비 수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가을 청계천은 또 다른 얼굴이었습니다. 물 위에 단풍이 비치고, 잉어 떼가 수면 가까이 올라와 입을 벌리는 모습을 아이들이 신기해하며 달려드는 장면은 제 카메라에도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겨울. 강추위가 내려앉으면 청계천 하류는 두껍게 얼어붙고, 얼음꽃이 핍니다. 비둘기가 얼음 위에서 발을 들었다 놨다 하는 모습이 웃기면서도 짠했습니다. 상류에서 시작해 중랑천을 지나 한강으로 이어지는 이 물길은, 계절마다 완전히 다른 표정을 보여줍니다.
- 봄: 버들가지, 청둥오리 새끼, 징검다리 위 아이들 — 생동감이 넘치는 시즌
- 여름: 울창한 나무 그늘이 쉼터가 되고, 폭우 시 물살이 급격히 거세짐
- 가을: 단풍과 수채화 같은 수면 반영, 잉어 떼와 어우러지는 낭만
- 겨울: 하류 결빙과 얼음꽃, 고요한 설경 속 야생 조류의 생존
야생조류와 수생태계, 찬사와 비판 사이의 솔직한 이야기
청계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왜가리입니다. 일반적으로 야생 조류는 사람을 경계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청계천의 왜가리와 백로는 그 상식을 완전히 벗어납니다. 수백 명의 관광객이 지켜보는 앞에서 태연하게 사냥하고, 계단 위에 올라앉아 사람 구경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처음 그 장면을 봤을 때 저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습니다.
백로의 사냥 기술은 특히 인상적입니다. '섭금류(Wading Birds)'라고 불리는 이 조류들 — 여기서 섭금류란 얕은 물가를 걸으며 물고기나 수생 생물을 잡아먹는 새들의 총칭입니다 — 은 물속을 정지한 채 기다리다가 순식간에 부리를 내리꽂습니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옆에 있던 외국인 관광객이 "Oh!"하고 소리를 질렀을 정도였습니다.
물속 생태계도 상당합니다. 잉어와 붕어, 피라미는 물론 가물치까지 살고 있습니다. '가물치(Channa argus)'는 담수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 중 하나로, 쉽게 말해 물속의 무법자입니다. 하루에 자기 몸무게의 30%를 먹어치울 만큼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며, 헤엄 속도도 물고기보다 빠릅니다. 이렇게 다양한 수생태계(Aquatic Ecosystem) — 수생태계란 하천, 호수, 습지 등 물을 기반으로 형성된 생태계 전반을 의미합니다 — 가 서울 도심 한가운데 유지되고 있다는 건 분명 주목할 성과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비판적인 시각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청계천은 사실 '건천(乾川)'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건천이란 강수량이 부족할 때 물이 자연적으로 말라버리는 하천을 뜻합니다. 지금 청계천의 수량은 한강 물을 끌어다 펌프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유지됩니다. 이 인위적 수량 유지 시스템이 없으면 청계천은 다시 메마를 수밖에 없습니다. 제 경험상 이 사실을 알고 나니 청계천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감탄만 하기보다는 이 생태계를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는 비용과 관리 문제가 함께 따라오는 것입니다.
한여름 폭우가 쏟아지면 상황은 더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그렇게 평화롭던 청계천이 순식간에 거칠고 위험한 물살로 돌변합니다. 출처: 서울특별시 공식 사이트에서도 청계천 수위 상승 시 안전 대피 안내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을 만큼, 여름철 급류 위험은 실제로 관리가 필요한 문제입니다.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품고 있는 것이 청계천의 진짜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청계천에 실제로 물고기가 살고 있나요?
A. 네, 잉어, 붕어, 피라미는 물론 최상위 포식자인 가물치까지 확인됩니다. 일반적으로 도심 하천은 오염이 심해 생물이 살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청계천 수면 아래는 생각보다 훨씬 풍성한 생태계를 품고 있습니다. 다만 수량이 인위적으로 공급된다는 점은 알고 보면 좋습니다.
Q. 청계천 왜가리나 백로는 어느 계절에 가장 잘 볼 수 있나요?
A. 봄부터 가을 사이에 특히 자주 눈에 띕니다. 일반적으로 도심에서 야생 조류를 가까이 본다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청계천의 왜가리와 백로는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거의 없어 1년 내내 꽤 가까이서 관찰이 가능합니다. 겨울에는 얼어붙은 하류 근처에서 고독하게 서 있는 왜가리를 볼 수 있는데, 그 모습도 꽤 인상적입니다.
Q. 청계천은 여름에 폭우가 오면 위험한가요?
A. 실제로 위험합니다. 청계천은 건천 특성상 평소엔 수량이 적지만, 폭우 시 물살이 급격히 거세집니다. 서울특별시에서도 수위 상승 시 대피 안내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으므로, 여름철 방문 시에는 기상 상황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청계천 물은 어디서 오는 건가요?
A. 인왕산 수성동 계곡, 북한산, 남산 등 주변 산지에서 흘러드는 자연수도 있지만, 청계천은 건천이기 때문에 일정한 수량 유지를 위해 한강에서 물을 끌어올려 펌프로 공급합니다. 완전한 자연 하천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인위적인 수량 유지 시스템이 핵심 역할을 합니다.
Q. 청계천 야경도 볼 만한가요?
A. 충분히 볼 만합니다. 밤이 되면 청계천을 따라 조명이 켜지고, 연인과 가족들이 산책하는 분위기가 낮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제 경험상 청계천 야경은 낮보다 오히려 더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시간대로, 처음 방문이라면 해 질 무렵부터 걷기 시작해 야경까지 이어가는 코스를 추천합니다.
결론
청계천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습니다. 성공적인 도심 생태복원의 상징이라는 말도 틀리지 않고, 인위적 수량 유지라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 하천이라는 말도 틀리지 않습니다. 저는 두 가지가 모두 사실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청계천이 더 솔직한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절마다 표정이 달라지고, 왜가리가 사람 곁에서 사냥을 하고, 아이들이 징검다리에서 웃음을 터뜨리는 이 공간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닙니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자연과 어떻게 공존하려 하는지를 보여주는 현재진행형 실험 현장입니다. 사계절 중 언제 가도 다른 청계천을 만날 수 있으니, 한 번만 가는 것보다 계절을 달리해 여러 번 걷는 걸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