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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4년 전 처음 용문산에 올랐을 때 물 500ml 하나만 들고 갔습니다. '경기도 산이 얼마나 힘들겠어'라는 방심이 부른 참사였고, 그날 정상 근처에서 진짜로 다리가 풀렸습니다. 그 실패를 발판 삼아 이번엔 제대로 준비해서 다시 올랐고, 용문산이 왜 등산객들 사이에서 '욕 나오는 산'으로 통하는지 온몸으로 다시 확인했습니다.
용문사 코스, 시작은 달콤했다
용문산관광단지에서 출발해 용문사로 향하는 1.2km 구간은 솔직히 말해서 너무 걷기 좋습니다. 잘 정비된 탐방로(등산객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조성된 공식 산길)를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울창한 활엽수림이 머리 위를 덮고, 계곡 물소리가 귓가에 내내 따라옵니다. 제가 도착했을 때 용문사 앞 돌계단이 하도 예뻐서 사람이 빠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진 한 장 남겼는데, 그 장면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용문사에는 수령 1,100년으로 추정되는 은행나무가 있습니다. 여기서 수령이란 나무가 심어진 뒤 지금까지 살아온 햇수를 의미하는데, 이 은행나무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 중 하나로 꼽힙니다. 실제로 카메라 화면에 다 담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해서, 그냥 서서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이 상당합니다. 이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 제30호로 지정되어 있으며(출처: 국가문화유산포털), 가을 단풍 시즌에는 사진 명소로 특히 인기가 높습니다.
용문사에서 10분 정도 둘러본 뒤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갔습니다. 마당바위까지 이어지는 계곡 구간은 누적 상승고도(출발 지점 대비 실제로 올라간 높이의 합산값)가 완만하게 쌓이는 구간이라, 맑은 물속 물고기까지 눈에 들어올 정도로 여유롭게 걸을 수 있었습니다. 이 구간에서만큼은 '이게 왜 힘든 산이야'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는데, 바로 그 방심이 나중에 제대로 대가를 치르게 합니다.
- 관광단지 → 용문사: 1.2km, 약 15분 소요. 완만한 탐방로
- 용문사 은행나무: 천연기념물 제30호, 수령 약 1,100년
- 용문사 → 마당바위: 계곡 병행 구간, 경사 완만하고 힐링 효과 높음
- 마당바위 도착 기준: 이동거리 3.71km, 누적 상승고도 439m, 약 1시간 10분
가섭봉 정상, 노동 대비 보상을 따지다
마당바위를 지나는 순간 용문산의 표정이 완전히 바뀝니다. 계곡 물소리가 사라지는 지점이 있는데, 그 지점이 곧 급경사의 시작 신호입니다. 제가 직접 올라봤는데, 이 구간의 경사도는 설악산 공룡능선의 일부 구간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는 경사가 가파른 것뿐 아니라, 그 가파름이 정상까지 거의 끊기지 않고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용문산 정상인 가섭봉의 해발고도는 1,157m입니다. 여기서 해발고도란 평균 해수면을 기준으로 측정한 지점의 높이를 말하는데, 출발지인 관광단지가 해발 약 170m대에 위치하므로 실질적인 고도 상승폭이 꽤 큽니다. 제가 이날 기록한 누적 상승고도는 정상 도착 기준 1,000m였고, 이동거리는 5.42km, 소요시간은 2시간 10분이었습니다.
용문산이 체감상 유독 힘들다고 느껴지는 이유에 대해 '단순히 체력이 약해서'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핵심은 노동 대비 시각적 보상의 불균형입니다. 설악산이나 북한산처럼 오르는 중간중간 탁 트인 조망이 등장하면 힘든 줄 모르고 올라가는데, 용문산의 마당바위 이후 구간은 주변이 온통 나무로 막혀 있어 경치가 거의 없습니다. 체력은 똑같이 쓰지만 눈이 쉬지 못하니 정신적 피로가 훨씬 빠르게 쌓입니다.
그렇다고 정상이 실망스럽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가섭봉 정상과 바로 아래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조망은 가슴이 뻥 뚫리는 수준이었습니다. 용문사와 관광단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맑은 날에는 먼 능선까지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힘들게 올라온 만큼 보상이 한 번에 몰아서 터지는 구조라고 보면 됩니다. 한국산악회 자료에 따르면 용문산 일대는 경기도 내 대표적인 고산 지형으로 분류되며(출처: 한국산악회), 정상부의 조망 범위가 넓어 맑은 날 원거리 조망이 가능한 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산 전략, 장군봉-상원사 코스는 다시 선택하지 않겠습니다
장군봉까지 가는 능선 구간은 정상에서 이어지는 완만한 오르내림이라 비교적 걷기 편합니다. 머리 위로 나무 그늘이 이어지고 급경사도 없어서, 정상의 흥분이 아직 남아 있을 때 기분 좋게 걸을 수 있었습니다. 장군봉에서의 조망도 정상 못지않게 훌륭했고, 그늘 아래 자리 잡고 새우탕 컵라면에 편의점 김밥, 디카페인 커피 한 잔을 먹는데 벌 한 마리가 집요하게 달려들어서 혼났습니다. 몇 년 산을 다니다 보니 벌레 앞에서 예전만큼 기겁하지 않게 됐는데, 이날은 그 덤덤함이 조금 흔들렸습니다.
문제는 장군봉에서 상원사를 거쳐 용문사로 돌아오는 하산 구간입니다. 장군봉에서 상원사까지 2.13km, 상원사에서 다시 용문사까지 2.4km를 더 걸어야 하는데, 이 총 4.5km 넘는 구간 전체가 조망 제로, 오르내림 반복, 날벌레 습격의 삼중고입니다. 제가 직접 걸어봤는데 원점 회귀 코스 중 이 구간이 체감상 가장 긴 구간이었습니다. 낙엽에 덮여 길이 보이지 않아 순간 길을 잃을 뻔한 지점도 있었고, 체력이 바닥나는 하산 후반부에 고도를 올렸다 내렸다 반복하는 지형이 계속 나와서 정말 힘들었습니다.
이 코스를 다음에 또 선택하겠냐고 하면, 솔직히 아닙니다. 하산 코스로 장군봉-상원사 루트보다는 올라온 용문사 방면으로 원점 회귀하거나, 체력 여유가 있을 때 장군봉까지만 다녀오는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판단합니다. 원점회귀란 출발 지점과 도착 지점이 같은 산행 방식으로, 체력 배분이 명확하고 길을 잘못 들 가능성이 낮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날 전체 기록은 총 이동거리 12.8km, 누적 상승고도 1,263m, 쉬는 시간 포함 총 5시간 53분이었습니다. 수분 준비는 게토레이 2개, 물 500ml 1개, 보온병 뜨거운 물까지 갖췄는데 결과적으로 적절한 양이었습니다. 4년 전 물 500ml만 들고 갔다가 고생했던 경험이 이번엔 제대로 살아났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용문산 등산 초보자도 올라갈 수 있나요?
A. 초보자도 오를 수는 있지만, 마당바위 이후 급경사 구간이 상당히 가파르기 때문에 만만하게 보면 안 됩니다. '경기도 산이니까 쉽겠지'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설악산 일부 구간에 견줄 만한 체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체력에 자신이 없다면 용문사까지만 다녀오거나, 마당바위에서 회귀하는 단축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Q. 용문산 등산 물은 얼마나 가져가야 하나요?
A. 정상까지 왕복 기준으로 최소 1.5리터 이상을 권장합니다. 저는 4년 전 500ml 하나로 갔다가 심각하게 고생했고, 이번엔 게토레이 2개와 물 500ml, 보온병까지 준비했는데 완주 후 거의 소진됐습니다. 이 구간은 마당바위 이후 매점이나 약수터가 없으므로, 출발 전에 충분히 챙기는 것이 필수입니다.
Q. 장군봉-상원사 하산 코스가 힘들다는데, 꼭 가야 하나요?
A. 반드시 가야 하는 코스는 아닙니다. 이 구간을 꼭 경험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제가 직접 걸어본 결과 조망이 전혀 없고 오르내림만 반복되는 데다 날벌레까지 많아서 체감 피로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정상 조망을 충분히 즐겼다면, 올라온 용문사 방향으로 원점 회귀하는 것이 훨씬 만족스러운 마무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용문산 등산 최적 계절이 언제인가요?
A. 개인적으로는 가을을 가장 추천합니다. 용문사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드는 10월 중하순이 되면 단풍과 천년 고목의 조화가 정말 볼 만합니다. 여름도 계곡 구간 덕분에 시원하게 오를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데, 날벌레가 극성을 부리는 점은 감수해야 합니다. 겨울 설경도 좋지만 급경사 구간에서 아이젠 등 동계 등산 장비가 필수입니다.
결론
용문산은 분명히 힘든 산입니다. 하지만 그 힘듦의 이유가 단순히 높아서가 아니라, 노동 대비 시각적 보상이 불균등하게 분배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제 판단입니다. 용문사와 계곡, 정상 가섭봉의 조망은 분명히 올 가치가 있는 풍경인데, 하산 코스 선택을 잘못하면 그 좋은 기억이 피로감에 묻혀버립니다.
정리하면, 용문사 코스로 올라 정상을 밟고 원점 회귀하는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고 만족도가 높습니다. 장군봉까지 더 보고 싶다면 가서 간식 먹고 돌아오는 것까지는 괜찮지만, 상원사 방향 하산은 저라면 다음에도 선택하지 않겠습니다. 충분한 수분과 코스 전략만 갖춘다면, 용문산은 충분히 다시 찾을 만한 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