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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이동거리 12.8km, 누적 상승고도 1,263m. 숫자만 봐도 만만치 않다는 걸 직감했지만, 4년 전 물 500ml 달랑 들고 올라갔다가 혼쭐 났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엔 제대로 준비하고 다시 올랐습니다. 용문산은 올라가는 맛과 내려가는 고통이 극명하게 갈리는 산입니다. 어느 구간이 진짜 문제인지, 어떻게 준비해야 덜 힘든지 직접 걸어본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계곡코스와 가섭봉 — 오르는 맛이 있는 구간
용문산 관광단지에서 출발해 용문사까지는 1.2km, 걸어서 15분 거리입니다. 이 초입 구간이 의외로 기분을 많이 좌우합니다. 제가 직접 걸어봤는데, 천년고찰 용문사로 향하는 돌계단 길이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어서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느려졌습니다. 사람이 없는 타이밍을 기다렸다가 사진 한 장을 남긴 것도 이 길이 그만큼 예뻤기 때문입니다.
용문사 경내에는 수령 약 1,100년으로 추정되는 은행나무가 있습니다. 여기서 수령이란 나무가 살아온 햇수를 말하는데, 이 은행나무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은행나무 중 하나로 꼽힙니다. 카메라 화각에 다 담기지 않을 만큼 거대해서 직접 보면 압도감이 상당합니다. 은행나무를 포함한 용문사 일원은 출처: 문화재청 천연기념물 제30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용문사를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됩니다. 계곡을 옆에 두고 걷는 이 구간은 경사가 완만한 편이라 체력 소모보다 힐링이 먼저 됩니다. 나무 그늘 아래로 이끼 낀 바위와 맑은 물이 어우러진 계곡이 펼쳐지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날벌레 하나 없이 바람까지 시원해서 '여기가 왜 힘들다는 산이지?' 싶은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마당바위를 기점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동거리 3.71km, 누적 상승고도 439m 지점인 마당바위까지는 귓가를 채우던 계류음(溪流音), 즉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함께합니다. 그 소리가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순간이 바로 급경사가 시작되는 신호입니다. 사다리를 방불케 하는 가파른 계단과 쉼 없는 오르막이 정상까지 이어지는데, 제 경험상 이 구간은 설악산 대청봉 오르는 것과 비슷한 강도라고 느꼈습니다. 다만 설악산과 달리 중간에 펼쳐지는 조망이 거의 없어서 체감 난이도는 더 높습니다.
가섭봉(용문산 정상, 1,157m)에 도착하기까지 총 이동거리 5.42km, 누적 상승고도 1,000m, 소요 시간 2시간 10분이 걸렸습니다. 정상에 서는 순간 사방이 탁 트이며 아까 지나온 용문사가 발아래로 내려다보입니다. 관광단지 주차장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은 올라오면서 쏟은 땀값을 충분히 합니다. 제가 아는 한 이 조망이 용문산을 다시 찾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 용문사 ~ 마당바위: 계류음과 이끼 낀 계곡이 함께하는 완만한 힐링 구간
- 마당바위 ~ 가섭봉: 급경사와 가파른 계단이 번갈아 나오는 고강도 구간
- 가섭봉 정상: 누적 상승고도 1,000m, 사방이 열리는 탁 트인 조망
- 필수 준비물: 수분 1.5L 이상 + 등산 스틱(무릎 부담 분산용)
하산 주의 — 장군봉·상원사 코스의 민낯
가섭봉에서 장군봉까지 이어지는 능선 구간은 오르내림이 반복되지만 머리 위로 우거진 나무 그늘 덕분에 걷기 편한 편입니다. 이동거리 7.28km, 누적 상승고도 1,096m 지점인 장군봉에 도착하는 데 3시간 20분이 걸렸고, 여기서 뜨끈한 새우탕 컵라면과 편의점 김밥, 디카페인 커피로 간식을 챙겼습니다. 제 경우엔 자리를 잘 잡아서 그늘과 시원한 바람, 좋은 경치를 동시에 누렸는데, 벌이 끈질기게 달려드는 통에 긴장을 늦출 수 없었습니다. 몇 년 동안 산을 다니면서 생긴 내성 덕분에 그나마 덤덤하게 넘길 수 있었지만, 처음 오시는 분이라면 당황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장군봉 이후 구간입니다. 장군봉에서 상원사까지 2.13km, 상원사에서 다시 용문사까지 2.4km를 더 걸어야 하는데, 이 구간 전체가 시각적 보상 없이 오르내림만 반복되는 이른바 '노동 구간'입니다. 여기서 노동 구간이란 경치나 볼거리 없이 순수하게 체력만 소모되는 등산 구간을 뜻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오를 때의 계곡코스처럼 계류음이나 조망 같은 보상이 전혀 없으니 시간이 훨씬 더디게 느껴졌습니다.
날벌레 밀도도 문제였습니다. 상원사에서 용문사로 이어지는 숲길은 낙엽으로 뒤덮여 있고 날벌레가 극성을 부려서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쉽습니다. 순간 길이 보이지 않아 당황한 적도 있는데, 낙엽이 살짝 다져진 방향이 실제 등산로입니다. 이 구간에서는 등산 GPS 앱 활용이 필수라고 봅니다. 실제로 출처: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등산 중 조난 사고의 상당수가 하산 구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하산 시 집중력이 저하되는 것은 피로 누적에 따른 당연한 현상이므로 방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원사에 도착했을 때 이동거리는 9.21km, 누적 상승고도 1,120m, 이동 시간 4시간 49분이었습니다. 하산 완료 후 용문사에서 다시 관광단지까지 내려오며 총 12.8km, 5시간 53분의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장군봉 ~ 상원사 ~ 용문사 하산 코스는 솔직히 다시 선택하고 싶지 않습니다. 같은 에너지를 쓰려면 오르막으로 올라온 코스를 그대로 되짚어 내려가거나, 계곡을 한 번 더 눈에 담는 편이 훨씬 만족스러울 것 같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용문산 등산 초보자도 올라갈 수 있나요?
A. 가섭봉 정상까지 누적 상승고도가 1,000m에 달하고, 마당바위 이후 구간은 사다리 수준의 급경사 계단이 반복됩니다. 등산 경험이 거의 없다면 마당바위까지만 다녀오는 반코스를 먼저 권합니다. 충분한 수분과 등산화 착용은 기본입니다.
Q. 용문산 등산 소요 시간이 얼마나 되나요?
A. 관광단지 출발 기준, 가섭봉 정상까지 약 2시간 10분, 장군봉까지 약 3시간 20분이 걸렸습니다. 장군봉 ~ 상원사 ~ 용문사 하산까지 포함하면 쉬는 시간 포함 총 5시간 53분이 소요됐습니다. 체력 수준에 따라 30분~1시간 더 여유를 잡는 것이 좋습니다.
Q. 용문산 은행나무는 언제 보러 가는 게 좋나요?
A. 수령 약 1,100년의 용문사 은행나무는 단연 가을 단풍 시즌이 절정입니다. 다만 이 시기에는 주말 기준 방문객이 급격히 늘어나 주차와 등산로 혼잡이 심해집니다. 계곡 힐링을 목적으로 한다면 수량이 풍부한 여름철 평일 방문이 훨씬 쾌적합니다.
Q. 용문산 등산 준비물로 뭘 챙겨야 하나요?
A. 제가 이번에 챙긴 것은 이온음료 2개, 물 500ml, 보온병(뜨거운 물)이었고 실제로 다 소비했습니다. 수분은 최소 1.5L 이상 준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마당바위 이후 급경사에서 무릎 부담이 상당하므로 등산 스틱도 반드시 지참하길 권합니다.
결론
용문산은 분명히 힘든 산입니다. 그런데 천년고찰 용문사, 1,100년 된 은행나무, 이끼 낀 계곡, 그리고 가섭봉 정상에서 터지는 조망은 그 노동에 충분한 이유를 붙여줍니다. 제가 4년 만에 다시 찾은 것도 결국 그 조망 때문이었습니다.
다만 하산 코스만큼은 장군봉 ~ 상원사 방향보다는 올라온 계곡 방향으로 되짚어 내려오는 것을 강하게 권합니다. 같은 거리를 소비하더라도 시각적 보상이 있는 길이 체감 피로도를 확연히 낮춰줍니다. 다음 방문에는 여름철 평일을 골라 계곡에 발을 담그고 내려오는 코스를 시도해 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