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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전라북도 순창에 이런 절벽 데크길이 있다는 걸 직접 걸어보기 전까지는 반신반의했거든요. 전문 산악인들만 로프를 걸어 오르던 수직 암벽에, 주민들이 무거운 자재를 직접 짊어지고 올라가 구멍을 뚫어 만든 길입니다. 평일 오후에 찾아갔는데도 숨이 턱까지 찰 만큼 경사가 가팔랐고, 그 고생 끝에 만난 풍경은 진짜였습니다.
데크길이 생기기 전, 이 산은 등반 전용이었다
용골산은 원래 암벽등반(rock climbing) 전용 산이었습니다. 암벽등반이란 로프와 장비를 갖춘 전문 산악인이 수직에 가까운 암벽을 오르는 활동으로, 일반 등산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입니다. 데크길이 생기기 전까지는 그 전문가들만 밟던 곳이었으니, 일반인이 이 풍경을 보려면 사실상 불가능했던 셈이죠.
그런데 2021년, 주민들이 직접 자재를 등에 지고 절벽을 올라 구멍을 뚫고 철재 계단과 난간을 박아 넣었습니다. 제가 오르면서 실감한 건, 이게 단순한 공사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경사가 워낙 심하니 일자로 길을 내면 더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지그재그로 구간을 뺐고, 유리 난간까지 설치해 아래 풍경을 앉아서도 볼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관광 목적의 데크길은 경사가 완만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용골산 하늘길은 달랐습니다. 난이도를 별 다섯 개 기준으로 치면 세 개 반 정도는 됩니다. 아예 안 힘들지는 않아요. 다만 바닥이 전부 돌계단과 데크로 정비되어 있어 발목이 꺾이거나 미끄러질 걱정은 훨씬 적었고, 흙길에서 자주 신경 쓰이는 뱀 공포감도 덜했습니다. 이 점만큼은 확실히 편한 코스였습니다.
2021년 개통 당시 주차장이 마비될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었고, 이후 500m를 추가 연장해 지금의 코스가 완성됐습니다. 제가 걸은 길이 바로 그 연장 구간입니다. 출처: 전라북도청
- 입장료 4,000원 — 2,000원짜리 순창사랑상품권 환급, 실질 부담 2,000원
- 주차장 무료 운영 (주말 오전에는 만차 가능성 높음)
- 편도 기준 쉬엄쉬엄 오르면 약 1시간 20분 소요
- 비룡정(정자)에서 1km 더 오르면 정상, 풍경은 거의 동일
요광바위, 수십억짜리 돌이 도난당했다는 게 사실일까
저도 처음엔 "수십억짜리 바위 도난"이라는 말이 과장된 홍보 문구처럼 들렸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현장에서 요광바위(瑤光바위)를 마주하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요광바위란 안에 움푹 파인 굴이 형성된 대형 화강암으로, 마을 주민들이 수호석(守護石)으로 여겨온 돌입니다. 수호석이란 마을의 액운을 막고 복을 지켜준다고 믿는 상징적 바위를 뜻하는데, 이 돌이 그런 대접을 받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가까이서 보면 바위 안쪽이 꽤 깊이 파여 있어, 성인이 들어가도 머리만 빠꼼히 나올 정도입니다. 예로부터 아들을 원하는 부부가 이 굴 안에서 기도를 올렸고, 실제로 소원이 이루어진 사례가 전해지면서 신성한 바위로 인식이 굳어졌다고 합니다. 그러니 누군가가 대형 크레인과 트럭까지 동원해 이 돌을 통째로 훔치려 했다는 게 황당하면서도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약 1년 6개월에 걸쳐 바위를 추적해 되찾았고, 회수 과정에서 수천만 원이 들었다고 합니다. 바위 하나를 되찾는 데 그 비용을 쏟아부은 배경에는 단순한 경제적 가치가 아니라 마을 공동체의 정체성이 걸려 있었던 겁니다. 이 부분은 제가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인터넷 글에서 흔히 보이는 과장된 사연 정도로 여겼는데, 현장에서 바위의 크기와 모양을 보고 나서야 "아, 이건 진짜 이야기구나" 싶었습니다.
산 이름이 바뀌면 운이 바뀐다? — 지명 변경의 효과
용골산은 원래 '용골산(龍骨山)', 즉 용의 뼈 산이라는 이름이었습니다. 뼈 골(骨) 자를 써서 이름이 너무 세다 보니 마을에 인재가 나지 않는다는 소문이 오래 돌았습니다. 2009년 주민들이 이름을 '용이 사는 궁궐'이라는 뜻의 용골산(龍宮山)으로 바꿨고, 그 이후부터 관광객이 몰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지명학(地名學)적으로 지명이 지역 이미지와 심리적 인식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는 실제로 존재합니다. 출처: 국가유산청
물론 이름 하나가 관광객을 부른 직접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데크길 조성, 접근성 개선, SNS 확산 같은 요인이 맞물린 결과일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이름이 바뀐 시점과 지역 분위기가 달라진 시점이 겹친다는 점은 흥미로운 우연이긴 합니다.
다슬기 잡는 사람들, 그리고 하산 후의 시간
비룡정 정자에 도착했을 때 땀에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올라오는 길 내내 그늘이 거의 없었거든요. 그런데 정자 안쪽 그늘에 앉자마자 산 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정말 에어컨 수준이었습니다. 여름 산행의 매력이 바로 이 순간인 것 같습니다. 삼진강 쪽으로 머리를 내밀고 물을 마시는 용의 형상이라는 산세를 그때서야 눈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하산 후 계곡에서 다슬기를 잡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다슬기 채집(採集)이란 얕은 계곡 바닥의 돌이나 수초 사이에 붙어 있는 다슬기를 손으로 건져 올리는 전통 방식의 민물 채집 활동입니다. 제가 직접 들어가 보니 수심은 깊지 않았지만 바닥이 군데군데 말랑말랑한 뻘 구간이 있어 발이 살짝 꺼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현지 분들은 수중 마스크(수경)를 끼고 물속을 들여다보며 잡고 있었는데, 맨눈으로는 잘 안 보이는 다슬기가 수경을 끼면 바닥에 붙어 있는 게 선명하게 보인다고 하더군요.
전주에서 다슬기 잡으러 왔다는 분은 30분 만에 양동이를 절반 가까이 채웠고, 나주에서 등산하러 왔다가 계곡이 좋아 합류했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분들이 알려준 다슬기 간장절임 레시피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해감 후 삶아서 알맹이를 발라내거나 껍데기째 간장에 청양고추와 양파를 넣어 절이는 방식인데, 새우장이나 꽃게장은 들어봤어도 다슬기장은 처음이라 직접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여름 계곡 피서는 유명 관광지에 몰린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런 한적한 계곡에서 현지 분들과 섞여 다슬기를 구경하는 시간이 훨씬 기억에 남았습니다. 입장료로 받은 순창사랑상품권 2,000원은 하산 후 근처 가게에서 커피를 사 마시는 데 썼습니다. 관광객의 소비를 지역 상권으로 직접 연결하는 구조인데, 작지만 영리한 설계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용골산 하늘길 입장료가 얼마예요?
A. 성인 기준 1인 4,000원입니다. 다만 2,000원짜리 순창사랑상품권을 현장에서 돌려주기 때문에 실질 부담은 2,000원입니다. 순창군민은 무료 입장이 가능합니다. 상품권은 순창 지역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으니 하산 후 근처 카페나 식당에서 쓰면 됩니다.
Q. 주말에 가면 주차 자리 없나요?
A. 주차장은 무료로 운영되지만 주말 오전에는 만차가 되는 경우가 잦다고 합니다. 제가 월요일 오후 2시에 갔을 때는 한산했습니다. 봄가을 날씨 좋은 날에는 평일에도 사람이 많을 수 있으니, 가능하면 평일 방문을 권합니다.
Q. 등산 난이도가 어느 정도예요? 아이도 올라갈 수 있나요?
A. 일반적으로 데크길은 쉽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용골산 하늘길은 경사가 꽤 가팔라 별 다섯 개 기준으로 세 개 반 정도 됩니다. 바닥이 돌계단과 데크로 정비되어 미끄럼 위험은 낮지만, 쉬지 않고 오르면 숨이 많이 찹니다. 어린 자녀와 함께라면 충분한 물과 간식을 챙기고 여유 있게 시간을 잡는 게 좋습니다.
Q. 요광바위가 어디 있어요? 찾기 어렵나요?
A. 입구 쪽 오르는 길 초반에 있습니다. 안쪽이 움푹 파인 대형 화강암으로, 성인이 들어가면 머리만 빠꼼히 나올 정도로 깊습니다. 주변에 별도 안내판이 있으니 찾는 데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마을에서 수호석으로 여기는 바위라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 게 예의입니다.
Q. 계곡에서 다슬기 잡아도 되나요?
A. 하산 후 하천 구간에서 현지 주민들이 직접 잡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다슬기 채집은 별도 허가 없이 개인 소비 목적으로 소량 채취하는 경우가 많지만, 수계 보호 구역 지정 여부에 따라 제한이 있을 수 있으니 현장에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수경을 가져가면 물속 다슬기가 훨씬 잘 보입니다.
결론
용골산 하늘길은 "절벽에 길을 낸다"는 발상 자체가 출발점인 곳입니다. 전문 암벽등반 코스였던 수직 암벽을 주민들이 직접 뚫어 만든 데크길 덕분에 저 같은 일반인도 그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입장료의 절반을 지역 상품권으로 돌려주는 방식도, 단순 관광지가 아니라 지역 경제와 연결된 구조로 운영된다는 인상을 줬습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절벽에 구멍을 뚫어 길을 낸 방식이 자연 경관에 미친 영향과 장기적인 안전 관리 문제는 한 번쯤 함께 고민해 볼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위에 추사 김정희의 글씨를 새긴 것을 두고 주민 사이에서도 찬반이 갈렸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는데, 보존과 활성화 사이의 균형은 어디서나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그래도 여름 평일에 한산하게 오를 수 있었고, 비룡정에서 맞은 바람과 하산 후 계곡 다슬기 구경까지 더하면 반나절로도 충분히 알찬 코스였습니다. 가을 단풍 시즌에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