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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인데도 외지인이 저 혼자뿐이었습니다. 충남 서산의 한 어촌 마을,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이 노지를 찾아내기까지 서해안을 따라 일곱 군데를 직접 발로 뛰며 답사했습니다. 그 마지막 포인트에서 제가 경험한 건 단순한 하룻밤 숙박이 아니었습니다. 감태 작업하는 어르신들 옆에서 육회에 국밥 한 그릇, 그리고 노을 지는 서해바다. 이 글은 그날의 기록입니다.
스텔스차박 입지로서 이곳을 선택한 이유
차박지를 고를 때 가장 먼저 보는 게 뭔지 아십니까? 저는 세 가지를 봅니다. 바닥 평탄화 가능 여부, 화장실 유무, 그리고 주변 소음과 인적. 그 세 가지를 한 번에 충족하는 곳을 찾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스텔스차박(stealth camping)이란, 텐트나 타프 같은 외부 구조물 없이 차량 안에서만 조용히 숙박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말 그대로 '보이지 않게' 머무는 것인데, 사유지나 주거지 인근에서는 민폐가 되기 때문에 입지 선정이 핵심입니다. 이 관점에서 제가 직접 확인해 본 이 서산 노지는 꽤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바닥이 콘크리트로 되어 있어 별도의 평탄화 작업이 필요 없었습니다. 매트 한 장 깔면 준비 끝입니다. 화장실은 푸세식이었지만 제가 직접 확인해 보니 담배꽁초 하나 없이 관리가 되고 있었고, 가로등도 부지 전체를 충분히 밝히는 수준이라 야간 안전에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노지 답사를 할 때 제가 항상 체크하는 게 또 하나 있습니다. 감시카메라 위치입니다. 이 부지 안에도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 취사나 팩다운 같은 무단 행위를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게 오히려 이 장소를 깨끗하게 유지시켜 주는 이유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차박지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것들
캠핑지와 차박지는 엄연히 다릅니다. 이곳은 차박지이며, 원래 어업 작업 공간입니다. 제가 확인한 이 장소의 이용 원칙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꼬리 텐트, 쉘터 등 외부 구조물 설치 금지 — 작업 차량의 회전 동선을 막기 때문
- 팩다운 절대 금지 — 콘크리트 바닥 훼손 및 사유지 무단 이용에 해당
- 불멍(화기 사용) 금지 — 어업 자재 인근 화재 위험
- 썰물 때 드러나는 갯벌 안쪽으로 차량 진입 절대 금지 — 침수 위험 구간
- 쓰레기 완전 수거 후 퇴장 — 현재까지 청결 유지된 이 공간을 그대로 남기기 위해
솔직히 이런 규칙들은 굳이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차박을 몇 번 해본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아야 하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제가 여러 노지를 다니다 보면 이걸 모르고 오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그게 결국 좋은 차박지를 없애는 원인이 됩니다.
노지답사로 찾은 감태 어촌, 그 지역성을 어떻게 즐길 것인가
이 마을에 도착했을 때 처음 눈에 들어온 건 바다가 아니라 어르신들이었습니다. 하우스 입구 주변에 굴 껍데기가 쌓여 있고, 그 옆에서 감태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감태는 참 쉰 말과(Ecklonia cava)에 속하는 갈조류로, 제주도와 서해안 일부 지역에서만 채취되는 해조류입니다. 그날 직접 본 감태는 색이 짙고 잎이 탄탄했습니다. 제철에 갓 올라온 것 특유의 윤기라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이 마을 어르신 한 분께 여쭤봤더니, 이 일대에서는 바지락 어업과 감태 채취가 주된 생업이라고 하셨습니다. 다만 요즘은 바지락 어획량이 예전만 못하다고 하셨는데, 실제로 항 앞에 정박해 있는 배들이 출항하지 않고 그대로 있는 모습이 그 말을 실감하게 해 줬습니다. 우리나라 서해안 바지락 생산량은 2020년대 들어 수온 상승과 갯벌 환경 변화로 인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출처: 국립수산과학원).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날 저는 육회와 국밥을 포장해 갔는데, 막상 눈앞에서 감태를 보고 나니 그걸 활용한 음식을 먹었으면 훨씬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차박 식사를 편의 위주로 준비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 경험상 그 지역 식재료나 로컬 음식으로 한 끼를 해결하면 차박의 맥락이 달라집니다. 단순한 숙박이 아니라 그 지역을 '경험'하는 느낌이 됩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한 가지 더 챙겼으면 싶은 게 있습니다. 차박 전 마을 작업자분들의 이동 동선을 미리 파악하는 것입니다. 아침 일찍부터 작업 차량이 드나들기 때문에, 부지 안에서 주차 위치를 선정할 때 작업 동선을 방해하지 않는 쪽으로 잡아야 합니다. 제가 처음에 자리를 잡을 때 이걸 꼼꼼히 보지 않았다가 나중에 한 번 차를 옮겼습니다. 미리 파악했더라면 더 좋았을 일입니다.
이 마을 주변 지형을 간단히 정리하면, 좌측으로는 서산의 팔봉산이 있고, 우측 바다에는 약 40여 가구가 거주하는 고파도가 있습니다. 고파도에서 구도항까지 정기 여객선이 운항됩니다. 이 지리적 맥락을 알고 바다를 바라보면 시야에 담기는 섬과 산이 달리 보입니다. 국내 도서 지역 교통 현황은 출처: 행정안전부 도서종합정보시스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썰물 때는 갯벌 위로 긴 길이 드러납니다. 그 길을 걸어 들어가 보니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이는 구조가 됩니다. 가슴이 트이는 느낌이라는 표현이 딱 맞습니다. 제 경험상 이 정도 개방감을 주는 서해 노지는 흔하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서산 서해 노지 차박지에 화장실이 있나요?
A. 있습니다. 푸세식이지만 제가 직접 확인했을 때 담배꽁초 하나 없이 관리 상태가 양호했습니다. 관리자가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언제나 같은 상태를 보장할 수는 없으니, 방문 전 여유 있게 준비해 가시는 게 안전합니다.
Q. 텐트나 꼬리 텐트를 치면 안 되나요?
A. 안 됩니다. 이곳은 캠핑지가 아니라 어업 작업 공간을 공유하는 차박지입니다. 작업 차량이 수시로 드나들고 회전 반경이 필요하기 때문에 외부 구조물 설치는 민폐가 됩니다. 스텔스차박, 즉 차 안에서만 숙박하는 방식만 허용되는 공간으로 이해하는 게 맞습니다.
Q. 감태가 뭔지 모르는데, 이 마을에서 살 수 있나요?
A. 감태는 갈조류의 일종으로, 제주도와 서해 일부에서만 채취되는 해조류입니다. 미역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향이 더 진하고 씹힘이 강합니다. 제가 현장에서 작업하시는 분들을 봤는데, 마을 주민과 직접 거래 여부는 미리 여쭤봐야 합니다. 마을 상권이 별도로 형성된 곳이 아니어서, 인근 읍내에서 미리 장을 보고 오시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Q. 썰물 때 드러나는 길 안쪽으로 차 가져가도 되나요?
A. 절대 안 됩니다. 제가 직접 현장을 확인했을 때 철제 대문 앞까지만 차량 진입이 허용됩니다. 안쪽은 갯벌 구간이 포함되어 있어 침수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걸어서 들어가는 건 괜찮고, 오히려 썰물 때 그 길을 한 바퀴 걸어보면 삼면 바다 뷰를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결론
서해안 노지 답사를 일곱 군데나 하고 찾아낸 이 서산 어촌 차박지, 과연 그 수고가 아깝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제 답은 분명합니다. 아깝지 않았습니다. 콘크리트 평탄화, 청결한 화장실, 환한 가로등, 그리고 아무도 없는 삼면 바다. 이 네 가지가 동시에 갖춰진 노지는 서해안에서 드뭅니다.
다만 한 가지는 다음번에 꼭 바꿀 생각입니다. 식사입니다. 바다 앞에서 육회가 아니라, 그 마을에서 나는 감태나 굴을 활용한 음식을 먹었더라면 이 공간이 훨씬 입체적으로 기억됐을 것입니다. 차박이란 결국 그 장소의 결을 온몸으로 느끼는 일인데, 음식까지 그 결에 맞춰야 비로소 완성된다는 걸 이번에 다시 실감했습니다. 서산 서해 노지 차박을 고려하고 계신다면, 마을 작업 동선 파악과 지역 식재료 탐색을 미리 해두고 출발하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