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서울에서 30만 원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부산에서 배로 1시간 거리인 대마도 히타카츠행 페리를 탔는데, 솔직히 처음엔 "이게 진짜 해외 여행 맞나?" 싶었습니다. 근데 막상 다녀오고 나니 이 질문이 틀렸다는 걸 알았습니다. 해외여행이 맞긴 한데, 국내 단기 여행처럼 부담이 없었습니다. 다만 몇 가지 준비를 빠뜨리면 꽤 곤혹스러운 상황이 생깁니다. 제가 직접 겪은 시행착오와 함께 정리해 봤습니다.
서울에서 대마도까지, 동선이 생각보다 훨씬 간단합니다
새벽 6시 고속버스를 놓치는 바람에 서울역에서 KTX 입석·좌석 조합권을 끊어 부산으로 내려갔습니다. 입석 조합권이란 전 구간 중 일부 구간은 좌석이 배정되지 않고 서서 가는 방식으로, 성수기나 당일 발권 시 자주 마주치게 됩니다. 걱정했는데 연결 칸 간이 의자 덕분에 생각보다 훨씬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부산역에 내려서 가장 먼저 놀란 건 동선이었습니다. 역에서 국제여객터미널까지 도보 10분에, 심지어 보행 데크가 연결되어 있어 캐리어를 끌고 그냥 걸어가면 됩니다. 제가 60여 개국을 돌아다녔는데, 기차역 바로 앞에 국제항구가 붙어 있는 경우는 거의 처음이었습니다. 부산에서 대마도까지의 직선거리는 약 50km로, 서울에서 천안(80km)보다도 가깝습니다. 배를 타고 국경을 넘는데 제주도 비행기 값이면 일본을 다녀올 수 있다는 게 실감이 났습니다.
현재 부산-대마도 노선을 운항하는 선사는 대아고속해운(씨플라워호), 스타라인(니나호·노바호), 팬스타(쓰시마링크) 세 곳입니다(출처: 일본정부관광국 한국사무소). 왕복 요금은 세금 포함 기준 평일 약 6만 원, 주말 약 10만 원 초중반대를 예상하면 됩니다. 저는 주말에 이동해서 약 10만 6,000원이 들었습니다. 참고로 배로 일본에 입국하는 경우에는 Visit Japan Web(비짓 재팬 웹)을 사용하지 않고, 종이 입국신고서를 직접 작성해야 합니다. 비짓 재팬 웹이란 일본 입국 시 검역·입국심사·세관을 온라인으로 미리 처리하는 전자 시스템인데, 해상 루트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 맹점입니다. 탑승 전에 미리 알아두지 않으면 현장에서 당황할 수 있습니다.
- 서울역 → 부산역 KTX 약 2시간 30분, 왕복 약 11만 원(주말 기준)
- 부산역 → 국제여객터미널 보행 데크 연결, 도보 약 10분
- 부산항 → 히타카츠항 페리 약 1시간 10분~1시간 30분
- 배 입국 시 종이 입국신고서 필수 (Visit Japan Web 미적용)
멀미약은 선택이 아닙니다, 탑승 전 필수 준비물
터미널 여행사 카운터에서 탑승권을 받을 때 직원분이 멀미약을 꼭 챙기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실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습니다. 저는 해군 출신이라 배 흔들림 정도는 별 문제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출항 30분 뒤부터 파도가 높아지면서 선실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쥐 죽은 듯 조용해지더니 중간중간 화장실로 달려가는 분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대형 크루즈처럼 무게중심이 낮은 선박과 달리 이런 고속 페리는 흘수(선박이 수면 아래로 잠기는 깊이)가 낮아 파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습니다. 쉽게 말해 파도가 조금만 높아도 좌우·상하로 흔들림이 크게 느껴집니다. 저도 살짝 울렁거리긴 했는데, 탑승 전에 먹어둔 멀미약이 딱 잡아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시는 약과 알약 세트가 터미널에서 5,000원이었는데, 이건 그냥 배값이라고 생각하고 챙기는 게 맞습니다.
배 타기 전에 과식을 피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위장이 가득 찬 상태에서 흔들리면 멀미약도 한계가 있습니다. 화장실은 남녀 각각 한 칸뿐이라 멀미가 심해지면 이용 자체가 어려울 수 있으니, 탑승 전 미리 다녀오는 것도 잊지 마세요. 귀국 편이 오히려 더 흔들렸는데, 이번에도 멀미약 덕분에 평온하게 부산항에 도착했습니다.
히타카츠 도착 후 가성비 동선, 이 순서가 맞습니다
히타카츠항에 내리자마자 얼굴이 창백해진 분들을 제법 봤습니다. 입국 심사 줄도 줄 잘못 서면 30분이 훌쩍 넘으니 배에서 빠르게 내리는 게 좋습니다. 입국 심사를 마치고 제일 먼저 향한 곳은 항구 바로 앞 밸류마트였습니다. 히타카츠 지역에는 편의점이 없습니다. 이 마트가 사실상 유일한 식료품 쇼핑 포인트인데, 낮이 지날수록 도시락이 빠르게 동납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도시락 종류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았고, 바로 옆 빵집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일정 앞부분에 장을 봐두는 게 정답입니다.
숙소는 토요코인 히타카츠를 예약했습니다. 주말 1박 기준 18,300엔이었는데, 건물 규모와 청결도가 예상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창밖으로 바다가 바로 보여서 방에서 커피 한 잔 하면 오션뷰 카페 느낌이 납니다. 1층에서 커피를 무료로 가져갈 수 있고, 저녁에는 카레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기린 생맥주(キリン生ビール)도 300엔에 팔았는데, 진한 카레에 생맥주 한 잔이 이 여행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기린 생맥주란 일본 기린 브루어리에서 생산하는 여과·비열처리 라거로, 깔끔한 맛이 특징입니다.
숙소에서 걸어서 5분이면 미우다 해수욕장(見ル田海水浴場)에 닿습니다. 미우다 해수욕장이란 히타카츠 북부에 위치한 대마도 대표 해변으로, 투명한 에메랄드 수질로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일본정부관광국(JNTO)). 입수는 7~8월에 가능하고, 그 외 계절에는 산책 코스로 적합합니다. 바로 옆 나기사노유 온천은 입장료 600엔의 가성비 시설인데, 제가 방문했을 때는 임시 휴업 중이었습니다. 다음 방문 때는 꼭 들러볼 생각입니다.
귀국길 주의사항과 서울 출발 총비용 정산
귀국 당일 아침, 카카오톡으로 택시를 부르려 했는데 배 도착 시간과 겹쳐 대기 시간을 가늠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캐리어를 끌고 항구까지 40분을 걸었는데, 오르막이 거의 없는 내리막 중심의 길이라 생각보다 수월했습니다. 걸어가다 소방서 앞에 있는 까무잡잡한 호빵맨 캐릭터 조형물을 만났는데, 대마도에서 꽤 유명한 포토 스폿이라고 합니다.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잠깐 사진 찍기 좋습니다.
히타카츠항 귀국 수속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출국세(出国税) 1인당 1,500엔을 현금으로 납부해야 합니다. 출국세란 일본 정부가 관광 재원 마련을 위해 2019년부터 부과하는 세금으로, 현금 외 결제 수단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있으니 반드시 엔화 현금을 준비해야 합니다. 현금이 없으면 수속 자체를 못 할 수 있습니다. 여러 명이 함께 간다면 한 명이 대표로 수속하면 되니 모두 줄을 설 필요는 없습니다.
부산항에 입국하면서 제가 가장 뿌듯했던 건 면세 수령 방식이었습니다. 부산항의 경우 출국 시가 아닌 입국 시에도 면세품을 수령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쉽게 말해 롯데면세점 같은 곳에서 온라인으로 구매한 물품을 귀국 시 찾아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누나를 위해 유모차를 면세로 구입했는데, 해외에서 끙끙 들고 다닐 필요 없이 귀국 시 깔끔하게 수령했습니다. 부피가 크거나 무거운 물건을 면세로 살 계획이 있다면 이 방법이 굉장히 실용적입니다. 수령 후 부산역 근처 편의점 택배로 바로 보냈더니 아주 편했습니다.
서울 출발 1인 기준 총비용 정산
주말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입니다. 평일에 가면 페리 요금이 낮아지므로 전체 비용을 더 줄일 수 있습니다.
- KTX 왕복 (서울↔부산): 약 11만 원
- 부산↔히타카츠 페리 왕복 (세금 포함): 약 10만 6,000원
- 토요코인 히타카츠 1박: 약 5만 2,000원
- 식비·멀미약·택시 등 기타: 약 3만 원 이하
- 합계: 약 30만 원 / 부산 출발 시 약 19만 원
자주 묻는 질문
Q. 대마도 가는 배 멀미 심한가요?
A. 고속 페리 특성상 파도 상황에 따라 흔들림이 상당합니다. 저는 해군 복무 경험이 있어 웬만한 흔들림은 버틸 수 있었는데도 출항 30분 뒤부터 울렁거렸습니다. 터미널에서 5,000원짜리 멀미약 세트를 파니 탑승 전에 반드시 복용하고, 배 타기 전에는 과식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Q. 히타카츠 숙소 주변에 편의점이나 식당이 있나요?
A. 히타카츠는 편의점이 없을 정도로 조용한 시골 마을입니다. 항구 앞 밸류마트가 사실상 유일한 쇼핑 포인트인데, 낮이 지나면 도시락 등 인기 품목이 빠르게 소진됩니다. 도착하자마자 장을 봐두는 것을 추천드리고, 저녁은 토요코인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카레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Q. 대마도 히타카츠에서 택시는 어떻게 부르나요?
A. 우버 같은 앱은 사용할 수 없고, 카카오톡으로 대마도 택시에 연락하는 방식을 씁니다. 대마도 택시 카카오 ID를 검색해 미리 저장해두면 편리합니다. 다만 배 도착 시간과 겹치는 아침에는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어, 여유 시간이 있다면 항구까지 걸어가는 것도 방법입니다.
Q. 출국세 1,500엔, 카드로 내면 안 되나요?
A. 히타카츠항 귀국 수속 시 출국세는 현금으로 납부해야 합니다. 현금이 없으면 수속 자체가 막힐 수 있으니 반드시 엔화 현금을 미리 준비해두세요. 일행이 여러 명이라면 한 명이 대표로 수속을 진행할 수 있으니 줄을 나눠 설 필요는 없습니다.
Q. 히타카츠가 맞을지 이즈하라가 맞을지 모르겠어요
A. 일정이 1박 2일이라면 히타카츠가 낫습니다. 부산에서 약 1시간~1시간 30분으로 가깝고, 해변 산책과 온천 중심의 조용한 힐링 여행에 맞습니다. 쇼핑 거리와 식당, 료칸, 관광지가 필요하다면 대마도 남부의 이즈하라를 선택하면 되고, 2박 이상 일정이라면 두 곳을 함께 돌아보는 것이 가장 알찹니다.
결론
서울 기준 30만 원, 부산 기준 19만 원이면 1박 2일 해외여행이 가능하다는 게 이번 여행의 핵심입니다. 화려한 관광지도 없고, 저녁에 갈 식당도 변변찮은 곳이지만, 오히려 그래서 돈 쓸 일이 없습니다. 300엔 생맥주에 공짜 카레 한 그릇, 밤에 숙소 앞에서 올려다본 쏟아질 듯한 별하늘이 제가 이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이었습니다. 비용 대비 이만한 탈출자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다만 준비를 빠뜨리면 현장에서 막히는 일이 생깁니다. 멀미약 5,000원, 출국세 1,500엔 현금, 도착 직후 밸류마트 장보기, 이 세 가지만 기억해도 대부분의 문제는 예방됩니다. 바쁜 일상에서 짧게 빠져나오고 싶은데 비용과 거리가 부담스러웠다면, 대마도 히타카츠는 한 번쯤 진지하게 검토해볼 만한 선택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