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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남해 상주면에 독일인 여행자에게 무료로 숙식을 제공하는 한국인 부부가 있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과장이 좀 섞인 이야기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그 여정을 따라가 보니, 베키시 부부의 일상은 생각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온기가 깊었습니다. 카약, 무인도 생굴, 들깨칼국수, 그리고 보리암까지. 남해가 이렇게 촘촘한 곳인지 저는 그때야 처음 실감했습니다.
베키시 — 남해에 뿌리내린 문화 교류의 거점
제가 처음엔 단순한 민박집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베키시는 숙박업소가 아닙니다. 3년 전 남해 상주면에 정착한 상희 씨 부부가 독일인 여행자들에게 무료로 숙식을 제공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공간입니다. 조건은 딱 하나, 집안일을 같이 하며 한식처럼 지내는 것. 워크어웨이(Workaway)와 유사한 개념인데, 여기서 워크어웨이란 숙식을 제공받는 대신 현지 가정의 일상 업무를 함께 분담하는 문화 교류 방식을 말합니다. 유럽에서는 꽤 보편화된 여행 문화이지만, 남해 시골 마을에서 이 방식을 실천하는 한국인 가정을 만난 건 제 경험상 처음이었습니다.
상희 씨가 독일 여행자를 후배처럼 편하게 대한다고 말한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관계의 위계를 낮추는 것, 그게 오히려 더 솔직한 교류를 만든다는 걸 저도 느꼈습니다. 아이들이 낯선 외국인 앞에서도 금방 마음을 여는 장면은, 그 집이 얼마나 오래 이런 방식으로 운영됐는지를 자연스럽게 증명하고 있었죠.
다문화 감수성(Multicultural Sensitivity) 교육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서로 다른 문화 배경을 가진 사람과 일상을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타인에 대한 이해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베키시는 교육 기관도, 프로그램도 아닌데 그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독일 사람과 어울리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는 상희 씨의 말이 그냥 멋진 말처럼 들리지 않았던 이유입니다.
- 베키시 운영 방식: 무료 숙식 제공 + 집안일 분담으로 함께 생활
- 입주 조건: 한식처럼 일상을 공유하는 것, 금전 교류 없음
- 주요 방문자: 남해를 여행 중인 독일인 배낭여행자
- 운영 기간: 남해 정착 후 약 3년째 지속
사도 — 카약으로 건너는 1.2km, 무인도 생굴의 진짜 맛
설리해수욕장에서 카약을 타고 무인도 사도까지 직선거리로 약 1.2km. 수치만 보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처음 카약 패들을 잡아본 사람에게 그 거리는 꽤 다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무풍 상태에서도 카약 패들링(Paddling)에 익숙하지 않으면 직진 자체가 안 됩니다. 여기서 패들링이란 카약 노를 좌우 교대로 저어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하나는 왼쪽, 둘은 오른쪽이라는 박자 구호가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체 회전과 팔 힘을 동시에 써야 하는 동작이라 초보자는 금방 지칩니다.
그렇게 도착한 사도에서 뜻밖의 경험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섬 안쪽에 먼저 와 있던 어르신이 선뜻 생굴을 건네주셨는데, 사람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자연산 굴밭이었습니다. 짭조름하면서 달달한 그 맛은, 솔직히 제 경험상 시중에서 파는 굴과는 결이 달랐습니다. 예상치 못한 인심이 더해진 맛이라 그런지 더욱 강렬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습니다. 노로바이러스(Norovirus) 감염 위험입니다. 노로바이러스란 오염된 해산물, 특히 생굴 섭취를 통해 전파되는 급성 장염 유발 바이러스입니다. 출처: 질병관리청(KDCA)에 따르면, 노로바이러스는 11월부터 3월 사이 겨울철에 특히 유행하며 현지 수질 관리 여부와 관계없이 생식 섭취 시 감염 위험이 존재합니다. 무인도에서 채취한 굴을 바로 생으로 먹는 장면은 낭만적이었지만, 현지 수질 검사 이력이나 채취 시기 등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의 생식은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이라는 점을 간과하기 어려웠습니다.
여행의 즉흥성이 줄 수 있는 감동이 있다는 건 압니다. 그러나 낯선 환경에서의 생식 섭취만큼은, 특히 외국인 여행자라면 사전 정보 없이 따라 하기엔 위험 부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리암 — 들깨칼국수 한 그릇 뒤, 소금강에서 소원을 빌다
하루 두 시간만 문을 여는 숨은 맛집에서 먹은 들깨칼국수 한 그릇이 그날의 체력을 살려줬습니다. 들깨칼국수의 핵심 재료인 들깨(Perilla)는 깻잎과 같은 식물 계열로, 오메가-3 지방산 함량이 높고 항산화 성분인 로즈마린산(Rosmarinic Acid)이 포함돼 있습니다. 여기서 로즈마린산이란 세포 산화를 억제하는 폴리페놀 계열 성분으로, 항염 효과와 관련해 다수의 연구에서 주목받고 있는 물질입니다. 자극적인 음식에 약한 독일인 여행자도 뜨겁다고 눈물을 흘리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맛이었다는데, 제 경험상 이 집 칼국수처럼 구수하면서 담백한 국물은 쉽게 만들어지는 맛이 아닙니다.
배를 채운 뒤 찾은 곳이 금산 보리암입니다. 예로부터 금강산을 닮았다 하여 소금강(小金剛)으로 불린 금산은,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는 남해의 대표 산입니다. 출처: 문화재청 자료에 따르면 보리암은 신라 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천 년 역사의 사찰로, 해수관음보살상이 소원성취 영험지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베키시의 상희 씨가 처음 이곳에 와 가족이 생기길 빌었고, 그 이듬해 현실이 됐다는 이야기는 그냥 흘려듣기엔 너무 구체적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그 자리에 서봤더니, 탁 트인 남해 바다와 겹겹이 쌓인 바위 능선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데, 그 앞에서 빌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상사암(上思巖)까지 오른 건 솔직히 예상보다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내려다보는 남해의 풍경, 그리고 기(氣)가 충전되는 듯한 묘한 감각은 몸이 힘든 것을 금방 잊게 해 줬습니다. 처음 와보는 사찰 건축 앞에서 "어떻게 이걸 이 높이에 세웠을까"라고 탄성을 낸 독일인 여행자의 반응이 오히려 제가 당연하게 지나쳤던 것들을 다시 보게 만들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베키시는 누구나 머물 수 있는 곳인가요?
A. 베키시는 숙박업소가 아닌 개인 가정입니다. 주로 남해를 여행하는 독일인 배낭여행자를 대상으로 무료 숙식을 제공하며, 조건은 집안일을 함께 하며 한식처럼 지내는 것입니다. 사전에 연락을 취하고 취지를 이해한 사람이 방문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Q. 설리해수욕장 카약 대여는 어디서 하나요?
A. 설리해수욕장 인근에 카약 대여 및 체험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사도까지의 거리는 약 1.2km로, 초보자는 가이드 동반 투어로 참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계절과 기상 조건에 따라 운영 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 사전 확인이 필요합니다.
Q. 보리암 가는 길이 많이 힘든가요?
A. 금산 보리암은 차량으로 중턱까지 올라간 뒤 도보로 접근할 수 있어 접근성이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상사암까지는 추가로 암벽 구간을 올라야 하므로 운동화보다는 등산화 착용을 권장합니다. 제 경험상 왕복 1시간 내외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Q. 무인도 사도에서 굴을 먹어도 안전한가요?
A. 현지 채취 자연산 굴을 생으로 섭취하는 것은 노로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특히 겨울철 생굴 섭취 후 감염 사례가 빈번합니다. 낭만적인 경험이라도 수질 검사 이력이나 채취 적합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생식하는 것은 권장하기 어렵습니다.
Q. 들깨칼국수 맛집은 예약 없이 방문할 수 있나요?
A. 하루 두 시간만 영업하는 소규모 운영 방식으로, 현지 단골들이 주로 찾는 숨은 맛집입니다.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공간인 만큼 방문 전 현지인 추천이나 사전 확인이 필수적입니다. 영업 시간이 짧아 방문 타이밍을 놓치면 허탕을 칠 수 있습니다.
결론
남해 상주 여행은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층위가 많은 곳이었습니다. 베키시라는 공간이 만들어 내는 문화 교류, 사도 무인도까지 이어지는 카약 체험, 들깨칼국수 한 그릇의 진한 구수함, 그리고 보리암 능선에서 맞는 남해 봄바람까지. 각각의 경험이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이 고장의 인심과 자연이 하나로 연결된 느낌이었습니다.
다만 제 경험상 아름다운 여정일수록 안전 수칙을 놓치기 쉽습니다. 무인도 생굴 생식처럼 낭만적으로 보이는 장면도, 노로바이러스 감염 위험이라는 현실적인 정보와 함께 인식해야 진짜 좋은 여행이 됩니다. 남해 상주를 계획 중이라면 설리해수욕장 카약 투어와 보리암 산행을 묶어서 하루 일정으로 잡아보시길 권합니다. 들깨칼국수는 그 사이 어디쯤에서 찾으면 딱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