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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서울에서 남해까지 당일치기가 된다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왕복 800km, 이동 시간만 10시간이 넘는 거리인데 말입니다. 그런데 새벽 3시에 무작정 출발했고, 밤 1시 20분에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 사이에 멸치쌈밥도 먹고, 보리암 절경도 보고, 모르는 아이들한테 피자도 사줬습니다. 이게 진짜 여행이 맞나 싶었는데, 분명히 맞았습니다.
다랭이마을 멸치쌈밥과 금산 보리암 — 사람이 만드는 여행
남해에 도착하자마자 처음 들른 곳이 어딘지 들으면 의외라고 하실 겁니다. 운전면허시험장이었습니다. 제가 추천을 받아서 간 건데, 가보니 바다가 코앞에 보이는 노선 구간이 실제로 꽤 이국적인 풍경이었습니다. 면허시험장이 관광지가 되는 곳이 남해 말고 또 있을까요.
본격적인 첫 목적지는 다랭이마을이었습니다. 다랭이마을은 경사진 산비탈을 계단식 논으로 일군 전통 농촌 마을로, 국가중요농업유산(출처: 농림축산식품부)으로 지정된 곳입니다. 여기서 국가중요농업유산이란 오랜 세월 형성된 전통 농업 방식과 경관을 보전·계승할 가치가 있다고 국가가 인정한 농업 문화 자산을 말합니다. 사진으로만 보던 계단식 논 풍경을 직접 보니 감탄이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이날 가장 기억하는 건 풍경이 아니라 식사였습니다. 마을 주민분의 추천으로 들어간 식당에서 멸치쌈밥을 먹었는데, 뚝배기에 끓여 나온 멸치 양념이 매콤하면서도 달큼했습니다. 새벽 내내 운전하고 쪽잠 자고 이동해서 몸이 반쯤 나가 있던 상태였는데, 그 한 뚝배기가 진짜로 몸을 깨웠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현지 식당은 검색보다 주민 추천이 훨씬 정확합니다.
배를 채우고 올라간 곳이 금산 보리암입니다. 보리암은 경남 남해군 상주면 금산에 위치한 해발 681m의 산정 사찰로, 한국 3대 기도 도량 중 하나로 꼽히는 곳입니다. 여기서 산정 사찰이란 산 정상부 가까이에 자리한 사찰을 의미하는데, 케이블카 없이 셔틀버스를 타고 올라가야 합니다. 올라가는 길은 생략하겠습니다. 도착했을 때 눈에 들어온 건 깎아지른 절벽 너머로 펼쳐지는 남해 바다였습니다. 그냥 탄성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초등학생 아이 둘을 만났습니다. 계좌에 12,000원밖에 없다는 그 솔직함에 그냥 같이 피자를 먹으러 갔습니다. 제가 먼저 제안한 건 아니고 아이들이 먼저 말을 걸어왔는데, 보리암까지 올라온 여행자한테 밥 사달라고 하는 배짱이 어쩐지 마음에 들었습니다. 같이 먹은 피자 한 판이 그날 가장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 다랭이마을: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 계단식 논 마을, 현지 식당 멸치쌈밥 추천
- 금산 보리암: 해발 681m 산정 사찰, 한국 3대 기도 도량, 셔틀버스 이용 필수
- 보리암 정상에서 만난 아이들과의 피자 — 계획 없이 생긴 가장 좋은 기억
상주 은모래비치와 독일마을 — 연과 핫도그로 마무리한 남해
보리암에서 내려온 뒤 찾아간 곳은 상주 은모래비치였습니다. 상주 은모래비치는 경남 남해군 상주면에 위치한 해수욕장으로, 고운 백사장과 얕은 수심이 특징입니다. 여기서 제가 도전한 게 연날리기였는데, 바람이 없으면 연이 뜨지 않는다는 걸 이날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한 10분쯤 바람을 기다렸을까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포기하려던 찰나에 바람이 살짝 불더니 연이 올라갔습니다. 처음엔 흔들리다가 어느 순간 안정적으로 떠오르는데, 그 순간의 기분은 직접 해본 사람만 압니다. 일상에서 이런 소소한 성공이 주는 기쁨을 오랜만에 느꼈습니다.
마지막으로 들른 독일마을은 1960~70년대 독일에 파견된 한국인 광부와 간호사들이 귀국 후 정착한 마을입니다. 독일마을이라는 이름 그대로 유럽식 주택 양식이 집단적으로 형성된 이색 거주지인데, 남해군이 이를 관광 자원으로 육성하면서 현재는 주요 관광지로 자리 잡았습니다(출처: 남해군청). 여기서 유럽식 주택 양식이란 뾰족한 박공지붕과 밝은 색 외벽이 특징인 독일 전통 가옥 형태를 말합니다.
제가 그곳에서 먹은 건 핫도그였습니다. 개방형 음식점이라 주변 관광객 시선이 다 쏠렸는데, 그게 또 묘하게 재밌었습니다. 독일마을 전체 분위기는 작은 유럽 테마파크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한 가지 분명한 건 주황빛 지붕들이 늦은 오후 햇살을 받을 때 꽤 예쁘다는 점입니다. 제 경우엔 오후 5시쯤 도착했는데, 그 시간대 빛이 마을 분위기를 한층 살려줬습니다.
남해 12경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남해 12 경이란 남해군이 선정한 12곳의 대표 경관지로, 금산 보리암, 독일마을, 상주 은모래비치 등이 포함됩니다. 이날 제가 돌아본 곳들이 대부분 여기에 속한다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계획 없이 움직였는데 핵심만 돌아온 셈이었습니다.
당일치기라 볼거리를 전부 소화하지 못한 건 사실입니다. 물건 방조어부림, 창선·삼천포대교 같은 곳은 다음으로 미뤄야 했습니다. 당일치기를 할 수 있는지 없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제대로 볼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점은 솔직히 인정할 부분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서울에서 남해까지 당일치기 여행이 정말 가능한가요?
A. 거리가 약 400km, 편도 4~5시간이라 이동만으로도 체력이 꽤 소모됩니다. 제가 직접 해봤더니 새벽 3시 출발, 자정 귀가 일정이 되었습니다.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이동 피로를 감수할 자신이 있는 분들께만 현실적으로 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소 1박을 잡는다면 훨씬 여유로운 여행이 됩니다.
Q. 금산 보리암은 어떻게 올라가나요? 걸어서 올라가야 하나요?
A.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상당 부분을 편하게 올라갈 수 있습니다. 셔틀버스 정류장에서 내린 뒤 일부 구간은 도보로 이동해야 합니다. 제가 다녀온 시기엔 명절 연휴라 사람이 꽤 많았는데, 주말이나 연휴라면 대기 시간도 감안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Q. 다랭이마을에서 멸치쌈밥 말고 다른 먹거리도 있나요?
A. 다랭이마을은 멸치 요리가 대표 음식으로 알려져 있고, 멸치쌈밥 외에도 멸치회무침 등 다양한 멸치 요리를 내는 식당들이 있습니다. 제가 먹은 멸치쌈밥은 뚝배기에 끓인 멸치 양념이 핵심인데, 주민분께 직접 추천받은 곳이어서 더 신뢰가 갔습니다. 검색보다 현지 추천이 훨씬 정확하다는 게 제 경험상 일관된 결론입니다.
Q. 독일마을은 어떤 곳인가요? 볼거리가 많은 편인가요?
A. 독일마을은 1960~70년대 독일 파견 한국인 광부·간호사들이 귀국 후 정착한 마을로, 유럽식 주택이 밀집해 있는 이색 관광지입니다. 걸어서 둘러보는 데 1~2시간이면 충분하고, 포토 스팟이 여럿 있습니다. 오후 늦게 방문하면 석양과 주황빛 지붕이 어우러진 풍경이 꽤 멋집니다.
결론
이번 남해 여정을 정리하면, 당일치기가 '가능하냐 불가능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얼마나 느낄 수 있느냐'의 문제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제가 직접 해봤더니, 아침 8시 반부터 저녁 6시까지 10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다랭이마을 멸치쌈밥, 금산 보리암, 상주 은모래비치 연날리기, 독일마을 핫도그를 다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낯선 아이들과 피자를 나눴습니다.
뜻밖의 인연이 주는 온기가 여행을 완성한다는 걸, 이날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남해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최소 1박 2일 이상 일정을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래야 물건 방조어부림이나 창선·삼천포대교 같은 나머지 남해 12 경도 여유 있게 돌아볼 수 있습니다. 다음에 남해를 또 간다면, 저는 분명히 1박을 잡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