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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보도교라고 하면 흔히 그냥 바다 위를 걷는 산책로 정도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강원도 고성에서 직접 걸어보니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2025년 5월 임시 개방된 송지호 바다하늘길부터 능파대, 백섬 해상전망대, 대진항 해상공원까지 — 고성 해안 명소 네 곳을 직접 돌아보며 느낀 것들을 솔직하게 정리했습니다.
바다하늘길 — 631m를 걸으며 검증한 것들
해상보도교(海上步道橋)가 생기면 그냥 경치 좋은 다리 하나 놓이는 거 아닌가,라는 시선이 있습니다. 여기서 해상보도교란 육지와 섬 또는 육지와 육지를 잇는 보행 전용 교량으로, 단순 이동이 아닌 경관 감상 자체가 목적인 시설을 말합니다. 그런 시선으로 갔다가 실제로 걸어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송지호 바다하늘길은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송지호 해변에서 무인도인 죽도를 연결하는 총 631m 길이의 해상 구조물입니다. 2025년 5월 23일 임시 개방됐고, 9월 정식 개방이 예정돼 있습니다. 총 사업비 484억 원이 투입된 고성 광역 해양 관광 복합 지구 조성 사업의 핵심 시설로, 하늘길 외에도 하늘센터와 산책로가 함께 조성됐습니다(출처: 고성군청).
일반적으로 이런 해상 데크는 뷰가 좋아도 걷는 재미가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달랐습니다. 입구에서 480m 지점에 원형 스카이워크(길이 151m)가 나오는 구조여서 단순 직선 보행이 아닙니다. 스카이워크란 투명 유리나 철망 바닥으로 시공된 공중 전망 구간으로, 발아래 바다가 그대로 보이는 구조를 말합니다. 실제로 그 구간에 올라섰을 때 발바닥으로 느껴지는 동해의 에메랄드빛 물결은 사진으로는 절대 전달이 안 됩니다.
개방 초기 하루 2,000명으로 제한하던 방문 인원을 폭발적인 인기로 인해 하루 만 명으로 늘렸다는 점만 봐도 이곳이 얼마나 주목받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631m에 달하는 데크 구간에 그늘막 시설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여름철 한낮에 방문한다면 온열 질환을 충분히 조심해야 합니다. 이 부분은 정식 개방 전에 반드시 보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전체 길이: 631m (입구~죽도)
- 스카이워크 위치: 입구에서 480m 지점, 원형 구조 151m
- 임시 개방: 2025년 5월 23일 ~ 6월 7일 / 정식 개방: 2025년 9월 예정
- 하루 방문 인원: 초기 2,000명 → 현재 만 명으로 확대
- 투명 유리 구간 및 파도 형태 경사로 포함
죽도 — 270m 산책로, 기대와 실제 사이
죽도(竹島)라는 이름은 대나무가 많은 섬에서 유래했습니다. 직접 들어서니 그 말이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해상보도교를 건너 섬에 발을 딛자마자 빽빽한 대나무 군락이 시선을 압도합니다. 섬 안에는 고대 토성의 흔적도 남아 있어 문화유산으로 지정 보호되고 있고, 주변 암석 지대는 지질학적 가치가 높은 구간으로 분류됩니다.
제가 직접 걸어봤는데, 현재 개방된 구간은 270m의 산책로뿐입니다.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코스가 전부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631m의 해상 구간을 걸어 도착한 섬치고는 탐방 범위가 매우 제한적입니다. 섬을 한 바퀴 돌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면 다소 아쉬움이 남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죽도 방문이 의미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해상보도교 위에서 보는 것과 완전히 다른 구도입니다. 건너온 하늘길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섬 주변 암석의 층리(層理) — 퇴적암이나 화성암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생긴 수평 줄무늬 지층 구조 — 가 선명하게 관찰됩니다. 또한 멸종위기 식물인 개마이 서식지도 확인할 수 있어 생태적 가치는 분명히 있습니다. 개방 범위가 넓어지는 정식 개방 이후가 더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능파대와 백섬 해상전망대 — 자연이 직접 조각한 것들
능파대는 고성군 죽왕면 문암진리에 있으며, 강원 평화지역 국가지질공원에 속해 있습니다. 이곳의 핵심은 타포니(Tafoni) 군락입니다. 타포니란 암석 표면이 오랜 세월 염분과 풍화작용에 의해 벌집처럼 파여 나간 구멍 지형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파도와 소금기가 수천 년에 걸쳐 돌을 조각한 결과물입니다. 제 경험상 사진으로 보는 것과 실물 스케일은 전혀 다릅니다. 가까이 다가서면 손바닥만 한 구멍부터 어른 얼굴이 들어갈 만한 구멍까지 빽빽하게 뒤덮인 암벽이 상당한 압도감을 줍니다.
능파대는 원래 문암 해변 앞에 화강암이 노출된 암초였으나, 문암천에서 흘러온 모래가 쌓이면서 육지와 연결된 육계도(陸繫島)가 됐습니다. 육계도란 모래나 퇴적물이 쌓여 본래 섬이었던 곳이 육지와 이어진 지형을 뜻하는 지질학 용어입니다. BTS 앨범 촬영지로도 알려지면서 젊은 방문객이 부쩍 늘었는데, 저는 오히려 지질 경관 자체에 더 집중하고 싶었습니다(출처: 국립공원공단 강원 평화지역 국가지질공원).
백섬 해상전망대는 거진읍 거진리에 있으며, 거진항 어촌 관광 체험 마을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2019년 3월 착공해 2020년 10월 30일 개방됐습니다. 백섬과 해안 도로를 잇는 137m 길이, 폭 2.5m의 해상 데크이고, 구간에 따라 높이가 4~25m까지 달라집니다. 25m 높이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동해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만큼 한산한 편이었고, 북쪽으로 해금강과 금부도, 남쪽으로 거진항과 거진 씨밀레 해변이 시원하게 펼쳐졌습니다. 제가 직접 서봤을 때 거리감 없이 수평선이 쫙 펼쳐지는 구도는 다른 전망대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감각이었습니다.
대진항 해상공원 — 최북단에서 확인한 고성의 저력
대진항 해상공원은 현내면 대진리에 위치한 우리나라 최북단 항구 시설입니다. 공식 명칭은 '별빛 은하 해상공원'으로, 별이 있는 바다 위 공원이라는 콘셉트로 조성됐습니다. 무지개 색으로 칠해진 테트라포드(TTP: Tetrapod)가 눈에 들어옵니다. 테트라포드란 파도의 에너지를 분산시키기 위해 항구나 해안에 설치하는 콘크리트 소파블록으로, 대개 회색 일색인데 이곳은 알록달록하게 채색해 포토존으로 활용했습니다.
데크 중간에서 좌우로 동선이 갈라지는 구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왼쪽으로 가면 빨간 등대와 마주하게 되고, 오른쪽 데크에는 바닥이 뚫린 철망 구조의 낚시 잔교와 전망대가 있습니다. 제 경우엔 오른쪽 전망대에서 더 오래 머물렀습니다. 해돋이 조형물 포토존이 있고, 뒤로는 대진 마을 풍경이 자연스럽게 배경이 됩니다. 최북단이라는 지리적 상징성에 실제 낚시 체험까지 가능한 복합 공간이라는 점이 다른 해상공원과 차별화되는 부분입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소규모 해상공원은 볼거리가 빈약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대진항 해상공원은 그 선입견이 맞지 않았습니다. 낚시, 전망, 포토존, 최북단이라는 상징까지 한 공간에 묶여 있어서 체류 시간이 꽤 길어졌습니다. 고성 해안 명소를 하루에 모두 돌아본다면 마지막 코스로 두기에 적당한 곳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송지호 바다하늘길 입장료가 있나요?
A. 임시 개방 기간(2025년 5월 23일~6월 7일) 기준으로는 무료 개방이었습니다. 9월 정식 개방 시 입장료 정책이 변경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고성군청 공식 채널에서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해양 관광 시설은 정식 개방 후 유료 전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바다하늘길에서 죽도까지 얼마나 걸리나요?
A. 입구에서 죽도까지 해상 구간이 631m이고, 죽도 내 산책로가 270m입니다. 스카이워크 구간에서 경치를 감상하며 여유롭게 걸으면 편도 20~30분 정도 잡으면 됩니다. 제 경험상 왕복 1시간 이상을 넉넉하게 확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Q. 능파대 타포니가 뭔지 모르는데, 가볼 가치가 있나요?
A. 타포니는 파도와 염분이 수천 년에 걸쳐 암석 표면을 벌집처럼 패어나가게 만든 자연 지형입니다. 지질 지식이 없어도 규모와 형태 자체만으로 충분히 인상적입니다. 강원 평화지역 국가지질공원 구간이라 안내 표지판도 잘 돼 있어서, 제 경험상 사전 공부 없이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Q. 고성 해안 명소 네 곳을 하루에 다 돌 수 있나요?
A. 동선상 충분히 가능합니다. 바다하늘길·죽도에서 반나절, 능파대와 백섬 해상전망대, 대진항 해상공원을 오후에 묶으면 하루 일정으로 소화됩니다. 다만 바다하늘길 방문 인원 제한이 있으므로 오전 일찍 시작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결론
고성 해안 명소들을 직접 돌아보고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바다하늘길과 스카이워크는 기대 이상이었고, 죽도의 좁은 개방 범위는 기대 이하였습니다. 능파대의 타포니 군락은 지식 없이 봐도 압도적이었고, 백섬 해상전망대와 대진항 해상공원은 아직 덜 알려진 만큼 오히려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네 곳 각각을 단독 목적지로 삼기보다 하루 코스로 연결해야 진짜 고성 해안의 밀도를 느낄 수 있습니다. 바다하늘길 정식 개방(9월)과 죽도 탐방 범위 확대 이후가 더 기대됩니다. 지질 생태 해설이나 낚시 체험 같은 콘텐츠가 보강된다면 단순 관람을 넘는 여행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