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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여행을 앞두고 검색창에 '경주 맛집'을 쳐봤더니 수십 개의 리스트가 쏟아졌습니다. 제가 이번에 현지 지인의 추천을 받아 그 중 다섯 곳을 직접 다녀왔는데, 솔직히 말하면 기대 이상과 기대 이하가 공존했습니다. 어떤 곳은 왜 오래 사랑받는지 바로 이해됐고, 어떤 곳은 명성만큼이냐고 하면 조금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그 경험을 있는 그대로 정리했습니다.
솔직 후기 — 직접 먹어보니 이랬습니다
경주 맛집을 공략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유명하다는 곳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SNS 추천, 방송 노출, 블로그 리스트가 전부 제각각이라 뭘 믿어야 할지 막막한 상황, 저도 똑같이 겪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현지에 사는 지인의 조언을 기준으로 다섯 곳을 추렸고, 줄 서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보문단지의 올바른 식당은 호수 바로 앞에 있어 식후 산책 코스로 이어지기 좋은 위치였습니다. 제가 주문한 꼬막 대판은 꼬막이 통통하고 비린 맛이 거의 없었는데, 초고추장 베이스 양념이 생각보다 진해서 단독으로 먹기보다 깻잎이나 김에 싸 먹는 방식이 훨씬 잘 맞았습니다. 여기서 초고추장이란 고추장에 식초와 설탕을 더해 새콤달콤하게 만든 전통 비빔 소스로, 꼬막 요리에는 단골처럼 쓰이지만 그 농도가 입맛을 크게 가릅니다. 웨이팅이 한 시간 정도였으니 방문 전 예약은 필수입니다.
황리단길 근처의 포석로 갈비찜은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도 노출된 곳이라 기대를 꽤 높게 잡고 갔습니다. 세트 메뉴 구성이 탄탄했는데, 제가 제일 인상적으로 먹었던 건 낙지새우전이었습니다. 가장자리까지 바삭하고 낙지와 새우가 아낌없이 올라가 있어서 이 하나만으로도 방문 값을 했습니다. 한우 짜글이도 얼큰하면서 감칠맛이 올라와 밥 한 그릇이 순식간에 비워졌습니다. 다만 메인인 소갈비찜은 고기 자체는 부드럽고 달콤 짭조름한 양념도 나무랄 데 없었지만, 갈비 두 줄이라는 양이 어딘가 허전하게 느껴졌습니다. 단품보다 세트 주문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라는 걸 직접 먹어보고 나서야 실감했습니다.
함양집은 90년 전통의 한우 물회 전문점으로, 저도 방문 전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습니다. 여기서 물회란 육수에 채소와 회를 넣고 새콤달콤하게 즐기는 여름 별미로, 함양집은 해산물 대신 한우 육회를 주인공으로 내세웁니다. 육회가 신선하고 국물이 새콤달콤한 점은 분명 좋았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와, 하는 감탄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육회 비빔밥은 제 경험상 이건 좀 달랐는데, 양념이 과하게 들어가 밥이 질척한 느낌이었고 간도 세서 끝까지 즐기기 어려웠습니다.
- 올바릇 식당 — 꼬막 신선도 합격, 초고추장 베이스라 취향 타므로 쌈 재료 활용 권장
- 포석로 갈비찜 — 낙지새우전·한우 짜글이가 주역, 소갈비찜 단품은 양 아쉬움
- 함양집 — 한우 물회 신선함 인정, 육회 비빔밥은 양념 조절 필요
노포추천 — 현지인이 50년 넘게 찾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화려한 인테리어도, SNS 감성 플레이팅도 없는데 줄이 끊이지 않는 집이 있습니다. 제가 이번 경주 여행에서 가장 만족스럽게 먹었던 두 곳이 바로 그런 노포였습니다. 노포란 오랜 세월 한 자리를 지켜온 오래된 가게를 뜻하는데, 레시피와 재료 기준이 수십 년간 검증된 가게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영양숯불갈비는 50년 넘게 한우 갈빗살만 고집해 온 집입니다. 제가 소금구이와 양념구이를 함께 주문해서 비교해 봤는데, 소금구이는 마블링이 고르게 박혀 있고 화력이 좋아 금방 구워졌습니다. 마블링이란 고기 근육 사이에 지방이 그물처럼 분포된 상태를 말하는데, 이게 고르게 퍼져 있을수록 육즙이 풍부하고 고소한 풍미가 살아납니다. 소금을 조금만 찍어 먹으면 그 육즙이 그대로 느껴졌고, 왜 오랜 시간 사랑받아 왔는지 한 점에서 바로 이해했습니다.
양념구이도 달고 짠 자극적인 스타일이 아니라 고기 본연의 맛을 살려주는 은은한 양념이었습니다. 반찬으로 나온 파절이는 기름기 있는 고기와 궁합이 환상적이었고, 된장찌개는 집된장 특유의 구수한 발효 향이 살아 있어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게 만들었습니다. 제 경험상 갈빗집 된장찌개가 이 정도면 진짜 공을 들인 집이라는 신호입니다.
도미는 경주에서 화덕 피자 맛집으로 알려진 곳인데, 제가 직접 가봤더니 정확히는 고온 데크 오븐을 사용합니다. 데크 오븐이란 돌판 위에서 고온으로 빠르게 굽는 방식으로, 화덕과 유사하게 도우 표면을 빠르게 크리스피하게 만들면서도 내부는 촉촉하게 유지하는 조리법입니다. 덕분에 도우가 화덕 피자 못지않게 고소하고 쫄깃했습니다. 제가 먹어본 메뉴 중 단연 돋보인 건 홈메이드 미트소스 샥슈카였습니다. 샥슈카란 토마토 기반의 북아프리카·중동 스튜 요리로, 여기서는 진한 미트소스 버전으로 제공됩니다. 피자 도우를 뜯어 샥슈카 소스에 찍어 먹는 순간, 이게 사이드가 아니라 메인이구나 싶었습니다. 손님 대부분이 경주 현지 주민처럼 보였는데, 그게 오히려 이 집의 실력을 더 확실히 증명해 줬습니다.
음식 평론가이자 요리 연구가인 황교익은 로컬 노포의 가치를 "시간이 검증한 레시피"라는 말로 표현한 바 있습니다(출처: 네이버 인물정보). 오랜 세월 살아남은 가게는 수많은 손님의 입맛을 통과한 곳이라는 뜻인데, 영양숯불갈비와 도미를 먹으며 그 말이 실감났습니다. 국내 외식업 현황을 보면 3년 이내 폐업률이 60%를 넘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통계청). 그 환경에서 수십 년을 버텨온 집이라면 이유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경주 맛집 웨이팅이 심한 편인가요?
A. 올바르 식당은 제가 갔을 때 한 시간 정도 기다렸고, 영양숯불갈비도 식사 시간대에는 줄이 생깁니다. 예약이 가능한 곳은 미리 잡는 것이 시간을 절약하는 확실한 방법이고, 오픈 직후나 식사 피크 시간을 피하면 대기 없이 들어갈 수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Q. 도미 피자는 화덕 피자인가요?
A. 엄밀히 말하면 화덕이 아니라 고온 데크 오븐을 사용합니다. 데크 오븐이란 돌판에서 고온으로 빠르게 굽는 방식으로, 결과물은 화덕 피자와 매우 유사합니다. 제가 직접 먹어봤을 때 도우의 고소함과 크리스피한 식감은 충분히 화덕급이었습니다.
Q. 포석로 갈비찜은 단품으로 시켜도 괜찮나요?
A. 소갈비찜 단품은 고기 양이 두 줄 정도로 적은 편이라 단독으로는 아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낙지새우전과 한우 짜글이가 포함된 세트 메뉴로 주문하는 것이 구성 면에서 훨씬 만족스러운 선택입니다.
Q. 함양집 한우 물회, 오이 못 먹으면 어떡하나요?
A. 함양집 한우 물회에는 배추 같은 일반 채소 대신 오이와 배가 들어갑니다. 오이를 드시지 못한다면 주문 시 미리 말씀하시거나, 빼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국물 자체는 새콤달콤해서 여름 입맛에는 잘 맞는 편입니다.
Q. 올바르 식당 꼬막 양념이 너무 진한데 어떻게 먹는 게 좋나요?
A. 초고추장 베이스 양념이 진하게 느껴지는 분들은 깻잎이나 김에 꼬막을 올려 싸 먹는 방식을 추천합니다. 제가 직접 해봤는데 양념 강도가 자연스럽게 중화되면서 꼬막 본연의 식감이 훨씬 살아났습니다.
결론
이번 경주 맛집 투어를 정리하면, 오래된 노포일수록 믿을 수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영양숯불갈비의 소금구이와 도미의 샥슈카는 제 경험상 이번 여행에서 가장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두 접시였습니다. 인터넷 순위나 방송 노출 횟수보다 직접 발로 뛴 로컬 추천이 훨씬 정확하다는 것도 실감했습니다.
경주 여행을 준비 중이시라면, 꼭 가고 싶은 곳의 웨이팅 여부와 메뉴 구성을 미리 파악해 두시길 권합니다. 제가 이번에 아쉬웠던 곳들도 취향이 맞는 분께는 충분히 만족스러울 수 있습니다. 결국 맛집이라는 건 정해진 정답이 없고, 내 입맛에 맞는 곳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여행이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