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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죽도 여행 (달팽이계단, 섬생활, 더덕주)

위대한그레이스 2026. 10. 14. 21:45

목차


    배에서 처음 죽도를 봤을 때, 저는 솔직히 저게 올라갈 수 있는 섬인가 싶었습니다. 깎아지른 기암절벽 위로 달팽이 모양으로 빙글빙글 감겨 오르는 철제 계단이 하늘로 뻗어 있었고, 그 끝은 구름에 닿을 것만 같았습니다. 해발 116m, 둘레 약 4km의 화산섬 죽도. 300개가 넘는 계단을 오른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비밀정원 같은 곳이었습니다.



    300개 계단 끝에 펼쳐진 풍경

    저도 처음엔 아래서 올려다보며 그냥 전망대만 보고 내려올까 잠깐 망설였습니다. 계단이 가파른 데다가 난간 너머로 바로 절벽이 펼쳐지는 구조라,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다리가 살짝 떨렸습니다.

    그런데 막상 오르기 시작하니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한 걸음씩 오를수록 아래쪽 바다가 점점 멀어졌고, 울릉도 본섬의 윤곽이 또렷해졌습니다. 숨이 차오르는 걸 느끼면서도 발을 멈추지 않은 건, 아마 저도 뭔가가 있을 거라는 감이 왔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계단을 다 오르고 전망대에 섰을 때, 그 보상이 왔습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거리에 울릉도 본섬이 마주 서 있었고, 그 사이로 짙푸른 바다가 가득 찼습니다. 화산섬 특유의 지형적 특성 — 쉽게 말해, 바다 밑에서 화산이 폭발하며 솟구쳐 오른 섬의 구조 — 덕분에 절벽이 그토록 수직에 가깝게 깎인다는 걸 그날 처음 실감했습니다.

    다만 제가 경험해 보니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계단이 300개를 훌쩍 넘는 만큼 무릎이 불편하거나 고령이신 분들께는 상당한 부담이 됩니다. 그런데 선착장이나 매표소에 소요 시간이나 난이도 안내가 따로 없었습니다. 이 부분은 미리 알고 가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 계단 수: 300개 이상 (나선형 달팽이 구조)
    • 섬 규모: 해발 116m, 둘레 약 4km의 화산섬
    • 전망대에서 울릉도 본섬을 육안으로 확인 가능
    • 무릎 불편하신 분, 고령자는 사전 컨디션 확인 필수
    • 배 출항 시간이 정해져 있으므로 귀선 시각 반드시 사전 확인
    요약: 300개 달팽이 계단은 힘들지만, 정상 전망대에서 마주하는 울릉도 본섬 풍경이 그 고생을 충분히 보상해 줍니다.

     

    섬 생활의 민낯 — 물 한 대야의 의미

    죽도에서 30년 넘게 홀로 땅을 일궈온 섬 주민 김유곤 씨의 집을 둘러보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섬 위에 펼쳐진 초원과 대나무 숲, 텃밭을 보면서 낭만적인 자급자족을 상상했는데, 물 이야기를 듣고 나서 그 상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죽도에는 상수도 공급이 극히 제한적입니다. 빗물을 모아 저장해 두는 방식인데, 이를 빗물 집수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 쉽게 말해, 빗물을 받아 탱크에 담아두고 생활용 수로 쓰는 구조입니다. 김유곤 씨 어머니 세대에는 물 한 대야로 세수하고, 그 물을 설거지에 쓰고, 다시 빨래까지 세 번을 돌렸다고 합니다. 제가 직접 들으면서도 처음엔 귀를 의심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이상한 일이 아니라, 섬 위에서 살아남기 위한 당연한 생활 방식이었다는 게 오히려 저를 부끄럽게 했습니다.

    대나무가 섬에서 하는 역할도 제 경험상 이건 좀 달랐습니다. 단순히 경관을 위한 나무가 아니었습니다. 절벽 가장자리를 따라 빽빽하게 자란 대나무는 방풍림 역할을 합니다 — 방풍림이란 강한 바람을 막아 토사 유실과 풍화를 줄여주는 식물 장벽을 뜻합니다. 그 덕분에 절벽이 더 이상 깎이지 않고 유지됩니다. 이름이 죽도(竹島), 즉 대나무 섬인 이유가 괜히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죽도는 한 때 세 가구가 함께 살던 곳이지만 지금은 김유곤 씨 혼자 남아 있습니다. 아이 교육 문제로 아내와 아들은 포항으로 나갔고, 섬은 그의 몫이 됐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로망으로 보이겠지만, 제가 그 집에서 들은 이야기들은 로망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바다 날씨가 허락하지 않아 아프거나 급한 일이 생겨도 못 나가던 기억, 30년 가까이 함께 일하던 노인이 세상을 떠났을 때 그 자리를 지킬 수 없었던 사연.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요약: 물 한 대야를 세 번 나눠 쓰던 섬의 생활 방식은, 자원의 소중함을 관념이 아닌 몸으로 이해하게 해주는 이야기입니다.

     

    해풍이 키운 더덕, 그리고 5년 묵은 더덕주

    죽도 더덕은 제가 경험한 것 중 가장 인상 깊은 식재료였습니다. 쓴맛이 없었습니다. 육지에서 먹던 더덕 특유의 쌉쌀한 향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달고 부드럽게 씹혔습니다. 처음엔 다른 종인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비결은 해풍과 화산토입니다. 해풍이란 바다에서 육지로 불어오는 바람으로, 염분과 미네랄을 다량 함유하고 있습니다. 화산토는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토양으로, 유기물과 미네랄 함량이 높아 작물의 향미를 끌어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죽도 더덕은 이 두 조건을 동시에 갖춘 환경에서 자라기 때문에 육지산보다 유효 성분 밀도가 높고 맛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실제로 출처: 농촌진흥청 농업정보포털에 따르면 더덕(Codonopsis lanceolata)은 사포닌, 이눌린 등의 유효 성분을 함유하며, 재배 환경에 따라 성분 함량 차이가 크게 나타납니다.

    그날 숯불에 구운 더덕과 LA갈비를 함께 먹었는데, 먹으면서도 제가 울릉도까지 와서 섬 한가운데 절벽 위 집에서 갈비를 뜯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온 것이 더덕주였습니다.

    더덕주는 더덕을 담금술 방식으로 장기간 숙성시킨 전통 발효주입니다 — 담금술이란 재료를 소주 등의 기주에 넣어 성분이 우러나도록 오랜 시간 숙성시키는 방식을 말합니다. 김유곤 씨가 꺼낸 건 5년 묵은 더덕주였습니다. 알코올 특유의 싸한 느낌 없이 부드럽게 넘어갔고, 달큼한 향이 오래 남았습니다. 제 경험상, 시중에서 파는 담금주와는 완전히 다른 결이었습니다. 출처: 국가문화유산포털에서도 전통 약용 담금주 문화는 지역 약재와의 결합으로 지역마다 다른 풍미를 형성한다고 소개합니다.

    요약: 해풍과 화산토가 만든 죽도 더덕은 쓴맛 없이 달고, 5년 숙성 더덕주는 그 여행의 마침표로 손색이 없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죽도 달팽이 계단 오르는 데 얼마나 걸리나요?

    A. 제가 직접 올라가 보니 천천히 쉬지 않고 오르면 15~20분 정도 걸렸습니다. 300개가 넘는 계단이라 체력 소모가 생각보다 크고, 내려올 때도 무릎에 부담이 옵니다. 배 출항 시간을 미리 확인하고 여유 있게 올라가시길 권합니다.

     

    Q. 죽도 배편은 어떻게 되나요?

    A. 죽도는 울릉도 저동항에서 소형 여객선을 타고 들어갑니다. 배 편수가 많지 않고 기상 상황에 따라 결항이 잦습니다. 저도 출항 시간에 쫓기는 상황을 직접 봤는데, 섬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생각보다 금방 시간이 가기 때문에 귀선 시각을 반드시 미리 파악해 두시는 게 중요합니다.

     

    Q. 죽도 더덕은 어디서 살 수 있나요?

    A. 제가 경험한 바로는 죽도 현지에서 섬 주민을 통해 직접 구매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울릉도 본섬 시장에서도 울릉 더덕을 판매하지만, 죽도산은 물량이 많지 않아 현장에서 구하는 게 더 확실합니다. 해풍과 화산토 환경에서 자란 더덕이라 육지 것과 맛이 다르다는 걸 제가 직접 먹어보고 확인했습니다.

     

    Q. 죽도에 숙박이 가능한가요?

    A. 죽도는 현재 사실상 한 명이 거주하는 섬으로, 일반 관광객을 위한 숙박 시설은 없습니다. 당일 방문이 기본이고, 날씨가 나빠져 배가 결항되면 자칫 발이 묶일 수 있습니다. 섬 생활의 고단함을 그 자리에서 직접 듣고 보니, 그게 얼마나 고립된 환경인지 실감이 됐습니다.

     

    결론

    죽도는 예쁜 섬이 아닙니다. 아니, 예쁘기는 하지만 그게 전부인 곳이 아닙니다. 300개 계단을 오르고, 물 한 대야의 이야기를 듣고, 5년 묵은 더덕주 한 잔을 나누고 나서야 이 섬이 어떤 곳인지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낭만으로 포장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거칠고 결핍된 시간을 30년 넘게 견뎌온 사람이 있는 곳. 그 무게가 섬에 배어 있었습니다.

    울릉도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죽도를 일정에 꼭 넣어 보시길 추천합니다. 단, 배 시간과 계단 난이도를 사전에 파악하고, 무릎 상태를 미리 점검해 가시면 훨씬 여유롭게 즐기실 수 있습니다. 저는 그날 배를 타고 돌아오면서 한동안 뒤를 돌아봤습니다. 그 자리로 혼자 올라가던 뒷모습이 오래 남았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CpXSeES2s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