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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으로 가려던 여행이 당일 아침에 가평으로 바뀌었습니다. 도착하니 공휴일 도로 통제로 차도 못 쓰고, 3월인데 눈보라까지 맞았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계획이 완전히 무너졌을 때 오히려 더 강렬한 여행이 남더라고요.
삼척에서 가평으로, 즉흥여행의 시작
여행 계획을 꼼꼼하게 짜놓았다가 당일에 전부 엎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이번에 그걸 아주 제대로 경험했습니다.
원래는 삼척 바다로 떠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출발 직전 비 소식을 듣고, 형과 차 안에서 이야기하다가 "그냥 가평 가자"로 결론이 났습니다. 목적지를 바꾸는 데 걸린 시간은 채 5분도 안 됐습니다.
차 안에서 윤건의 '힐링이 필요해'를 틀어놓고 MBTI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는 ENTJ라 여행 일정을 분 단위로 짜는 편인데, 이번만큼은 숙소 예약도 없고 아무 계획도 없는 완전한 즉흥여행으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제 성격상 이렇게 무계획으로 떠난다는 게 꽤 불편하게 느껴질 줄 알았거든요.
즉흥여행(Spontaneous Travel)이란 사전 일정과 예약 없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동선을 결정하는 여행 방식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지도 앱만 켜고 발이 끌리는 쪽으로 움직이는 겁니다. 여행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방식이 오히려 여행 만족도를 높인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제 경험상 이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날씨 변수나 현지 통제 상황을 전혀 고려 못 하면 체력 소모가 두 배가 됩니다.
3.8km 트레킹, 3월 눈보라 속에서
호명호수에 도착했더니 공휴일 차량 통제로 입구부터 막혀 있었습니다. 표지판을 보니 호수까지 3.8km, 도보 1시간 거리였습니다. 차를 세우고 그냥 걸어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트레킹(Trekking)이란 산악 지형이나 자연 경로를 장시간 도보로 이동하는 활동을 말합니다. 여기서 트레킹은 단순 산책과 달리 고도 변화가 크고 노면 상태가 불규칙한 경로를 포함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이날 호명호수 오르막은 딱 그 조건이었습니다.
올라가면서 날씨가 급격히 바뀌었습니다. 처음엔 흐린 하늘이었는데 1km쯤 지나자 비바람이 세지더니 이내 눈발까지 섞이기 시작했습니다. 3월에 이렇게 눈이 쌓일 줄은 몰랐습니다. 콧물이 흐르고 장갑도 없어서 손끝이 얼얼했습니다. 휴게소에 들렀더니 라면이 매진이었고, 텐트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은 건, 나태해진 마음을 바로잡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편한 것들에 둘러싸여 있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초심을 잃게 됩니다.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고치기가 쉽지 않은데, 몸이 직접 힘든 상황에 놓이면 머리가 자연스럽게 리셋되는 느낌이 납니다. 제 경우엔 이번 트레킹이 딱 그 역할을 해줬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솔직하게 짚고 싶습니다. 3월 산길에서 눈보라를 맞으면서 등산화도, 방수 재킷도 없이 오르는 건 안전 측면에서 분명히 무모한 선택이었습니다. 출처: 산림청에 따르면 봄철 산행 중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로 인한 저체온증 사고는 3~4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합니다. 최소한의 방한 장비와 비상식량은 챙겼어야 했다고 지금은 생각합니다.
- 호명호수 입구 → 정상까지 편도 3.8km, 도보 약 1시간 소요
- 3월 중순 기준 정상부 적설 가능성 있음 — 방수 재킷·등산화 필수
- 휴게소 운영은 공휴일 여부·시즌에 따라 다름, 사전 확인 권장
- 호수 내 수영·다이빙은 안전상의 이유로 전면 금지
얼어붙은 호수와 빙글빙글 거북이 조형물
왕복 2시간 넘게 걸어서 도착한 정상, 그 눈앞에 호명호수가 펼쳐졌습니다. 흐린 하늘 아래 호수는 조용했고, 매점은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호수 위에서 무언가가 혼자 빙글빙글 돌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눈을 의심했습니다. 가까이 보니 거북이 조형물이었는데, 물살에 밀려 계속 제자리를 돌고 있었습니다. 딱히 극적인 풍경은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한동안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콧물 흘리면서 눈보라 맞으며 올라온 뒤에 마주친 장면이라 그런지, 그 소박한 광경이 오히려 더 강하게 남았습니다.
호명호수는 경기 가평군에 위치한 산정 저수지로, 수면 해발고도가 상당히 높아 기온이 낮을 때는 수면 일부가 어는 경우도 있습니다. 산정 저수지(Mountain Reservoir)란 산 정상부나 능선 가까이에 만들어진 인공 혹은 자연 저수지로, 평지 저수지에 비해 수온 변화가 크고 외부 접근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수영이나 다이빙이 허용되지 않는 것도 단순한 규정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인 안전 이유가 있는 겁니다. 제가 직접 물어봤더니 관리자분이 "안전상의 이유"라고 짧게 말씀하셨는데, 올라가면서 직접 보고 나서야 그 말이 완전히 이해됐습니다.
하산길은 올라올 때보다 훨씬 까다로웠습니다. 눈이 더 쌓인 데다 노면이 미끄러워 조심조심 내려와야 했습니다. 올라갈 때보다 시간이 더 걸렸고, 그 바람에 하산 중 촬영을 거의 못 했습니다. 내려오는 내내 머릿속에는 소갈비 생각뿐이었습니다.
청평 소갈비와 다음 날 숯불 닭갈비, 여행의 완성
하산 후 청평 소갈비집으로 향했습니다. 오르내리느라 거의 굶다시피 한 상태였습니다. 메뉴를 고를 여유도 없이 그냥 앉자마자 주문했습니다.
소갈비가 나오는 순간,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숯불 위에서 익은 갈비를 한 점 집어 넣으니 육즙이 입안에서 바로 퍼졌습니다.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한참 생각했는데, 팡파르가 터지듯이 갇혀 있던 풍미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느낌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습니다. 생갈비까지 추가로 시켰고, 마무리는 냉면으로 했습니다.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이 잘 일어난 고기가 이런 맛을 냅니다. 여기서 마이야르 반응이란 고기의 단백질과 당이 고온에서 만나 갈변하면서 특유의 풍미와 향을 만들어내는 화학반응으로, 숯불구이가 일반 프라이팬 조리보다 깊은 맛을 내는 핵심 이유입니다. 숯불의 복사열이 고온을 균일하게 전달해 이 반응을 극대화합니다.
다음 날 아침에는 숯불 닭갈비집으로 갔습니다. 매운 치킨과 닭목살구이를 시켰는데, 전날 소갈비의 여운이 아직 남아 있어서인지 "소·돼지·닭 중에 오늘은 닭이 제일 좋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나왔습니다. 제가 직접 두 끼를 먹어봤는데, 가평 여행에서 먹방이 빠지면 절반은 빠진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처: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가평은 수도권에서 당일 혹은 1박 2일로 찾는 국내 힐링 여행지 상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트레킹 후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식사로 마무리하는 코스가 특히 재방문율이 높다고 합니다. 직접 겪어보니 그 이유를 충분히 알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호명호수까지 걸어서 올라가야 하나요?
A. 공휴일에는 차량 통제가 걸려 입구에서 도보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직접 걸어봤는데 편도 3.8km에 약 1시간이 걸렸습니다. 방문 전 가평군 공식 채널에서 통제 여부를 미리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Q. 호명호수에서 수영이나 다이빙이 가능한가요?
A. 수영과 다이빙 모두 안전상의 이유로 전면 금지되어 있습니다. 호명호수는 산정 저수지로 수온 변화가 크고 수심 파악이 어려워 관리 측에서 엄격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사항입니다.
Q. 3월에 가평 호명호수 트레킹할 때 무엇을 챙겨야 하나요?
A. 3월 정상부는 눈이 쌓일 수 있고 노면이 미끄럽습니다. 방수 재킷, 등산화, 방한 장갑은 기본이고, 휴게소 운영이 안 될 수 있으니 비상 간식도 챙기는 게 좋습니다. 제가 이번에 아무것도 없이 올랐다가 꽤 고생했습니다.
Q. 청평 소갈비, 어느 정도 맛인가요?
A. 트레킹 후 허기진 상태에서 먹어서 더 맛있게 느낀 것도 있겠지만, 숯불 위에서 마이야르 반응이 제대로 일어난 갈비 특유의 육즙은 확실히 달랐습니다. 소갈비와 생갈비, 냉면까지 시켰는데 남은 게 없었습니다.
결론
이번 가평 여행은 계획대로 된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목적지가 바뀌고, 차가 막히고, 날씨가 뒤집혔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여행일수록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몸이 좀 힘들었더라도 나태해진 마음을 털어내고 초심을 다잡은 것, 그리고 고생 끝에 청평 소갈비로 마무리한 것까지 — 저에게는 이게 이번 여행의 전부였습니다. 즉흥여행을 고민하고 계신다면 최소한의 등산 장비만 챙기고 가평 호명호수를 한 번 올라가 보시길 권합니다. 단, 3월엔 꼭 방수 재킷을 챙기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