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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 폐리조트 방문 (628억 중단, 공정률 90%, 공매)

위대한그레이스 2026. 10. 1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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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8억 원이 투입된 공정률 90%의 리조트가 남해안 절벽 위에 그대로 멈춰 있습니다. 직접 현장에 가보니 말끔한 외관 뒤로 녹물 자국과 쌓인 우편물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고, 그 풍경이 꽤 오래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628억 원이 멈춘 현장, 직접 가보니

    과연 공정률 90%라는 게 어느 정도 수준인지 궁금하지 않으셨습니까? 제가 직접 현장 입구에 섰을 때 느낀 건 "이게 정말 멈춘 건물이 맞나"였습니다. 새시가 들어가 있고, 외벽에 유리 난간까지 붙어 있고, 베란다 구조까지 완성된 모습이 멀리 서는 영락없는 운영 중인 고급 리조트처럼 보였습니다.

    입구는 철제 구조물로 막혀 있었고, 바닥에는 우편물이 수북이 쌓여 있었습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인적이 없었는지 그 우편물 더미 하나로 짐작이 됐습니다. 이 리조트 때문에 새로 닦인 진입 도로와 넓은 주차장, 화장실까지 갖춰져 있었지만 차는 단 한 대도 없었습니다.

    해변 쪽으로 내려가니 파도 소리가 거셌습니다. 데크길을 따라 건너편으로 넘어가자 바람이 잦아들며 고요해졌는데, 그 자리에서 바라본 건물은 정말이지 말끔했습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서니 벽면 곳곳에 녹물 자국이 흘러 있었고, 비계가 아직 그대로 걸려 있었습니다. 겉으로만 보면 페인트 한 번이면 새 건물이 될 것 같은데, 그 안에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녹 냄새가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 부지 면적: 5만 5천 제곱미터 (축구장 약 7개 이상)
    • 건물: 15동, 100개 이상 객실 규모의 복합 휴양 단지
    • 공정률: 약 90% — 인테리어 마감만 남은 상태
    • 투입 자본: 628억 원 추정
    요약: 현장은 외관상 완공된 고급 리조트처럼 보이지만, 녹물과 비계가 그대로인 채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왜 하필 90%에서 멈췄을까

    건축을 조금이라도 아시는 분이라면 이 대목에서 고개를 갸웃하실 겁니다. 공정률 90%란, 골조·외장·설비가 모두 완료되고 인테리어 마감 직전 단계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투입 예산의 대부분이 이미 땅 속에 묻힌 상태입니다. 그 시점에서 공사가 멈췄다는 건 단순한 자금 부족이 아니라, 남은 10%를 완성해 문을 여는 것보다 여기서 손을 떼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여기에는 거시적인 구조 변화가 깔려 있습니다. 국내 인구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고, 반대로 해외여행 수요는 가파르게 늘었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내국인 출국자 수는 약 2,270만 명으로 코로나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습니다(출처: 통계청). 사람들의 발길이 국내 외곽 관광지보다 해외로 쏠리는 흐름은 이 리조트가 착공되던 시점과 비교해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수익성 분석(타당성 검토)이란 사업 착수 전 해당 시장에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과정입니다. 여기서 타당성 검토가 얼마나 면밀하게 이뤄졌는지가 핵심인데, 제 경험상 이런 규모의 지방 관광 개발 프로젝트는 착공 시점의 장밋빛 전망이 완공 시점의 현실과 크게 어긋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지역 활성화라는 목표 아래 사업성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채 속도를 냈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요약: 공정률 90% 중단은 단순 자금난이 아니라, 인구 감소와 해외여행 증가라는 구조적 흐름 속에서 사업성 자체가 흔들린 결과입니다.

     

    주민의 터전이 걸려 있었다

    이 건물을 그냥 방치된 건물 한 채로만 보기가 어려운 이유가 있습니다. 이 부지는 원래부터 빈 공터가 아니었습니다.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 동안 바다에 기대어 밭을 일구고 그물을 손질하며 살아온 섬 원주민들의 터전이었습니다. 지역 경제가 살아나면 자식 세대는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소중한 땅을 내어주신 분들의 이야기가 이 건물 뒤에 숨어 있습니다.

    관할 지자체도 전폭적으로 나섰습니다. 리조트 진입 도로와 상수도관 연결을 위해 공공 예산 30억 원을 배정했고, 실제로 주차장과 도로, 화장실까지 인입 공사가 완료된 상태였습니다. 다만 이 30억 원이 공사 중단 전 어디까지 집행되었는지는 공개된 자료로 확인이 어렵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수치가 언급은 됐지만 집행 내역이 불분명한 채로 남아 있다는 점은, 공공 예산의 투명성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입니다.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기회비용이란 어떤 선택을 했을 때 포기해야 하는 다른 가능성의 가치를 뜻합니다. 개발이 중단된 이 땅은 바다로 쉽게 나갈 수도 없게 변해버렸습니다. 주민들이 포기한 삶의 방식, 지자체가 투입한 예산, 그리고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풍광까지 — 이 모든 것이 지금 이 자리에서 기회비용으로 쌓이고 있습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보고서는 지방 개발 사업 중단 시 지역 사회가 입는 경제적·사회적 손실이 직접 투자금의 1.5~2배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출처: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요약: 주민의 터전과 30억 공공 예산이 얽혀 있는 이 사업은, 개발 중단이 단순한 민간 손실을 넘어 지역 공동체 전체의 기회비용으로 남습니다.

     

    공매로 나온 건물, 그다음은 어디로

    이 건물은 현재 공매(公賣)로 나와 있습니다. 공매란 채권자나 국가기관이 채무 변제를 위해 자산을 강제로 매각하는 절차로, 쉽게 말해 빚을 갚기 위해 법적으로 내놓은 매물입니다. 문제는 매입 가격 자체가 만만치 않은 데다, 새 주인이 들어오더라도 건물을 리모델링하거나 철거 후 재건축하는 데 또 다른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점입니다.

    제가 현장 주변을 걸으면서 계속 떠오른 질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과연 이 건물을 선뜻 받아들 투자자가 나타날 수 있을까? 워낙 규모가 크고 얽힌 자본의 단위가 방대하다 보니, 섣불리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그렇다고 지자체가 세금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해풍(海風)에 장기간 노출된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은 염해(鹽害), 즉 바닷바람의 염분이 철근을 부식시키는 현상이 진행됩니다. 여기서 염해란 해안가 구조물에서 염분이 콘크리트 내부로 침투해 철근 부식을 가속화시키는 현상으로, 방치 기간이 길어질수록 구조물의 안전성이 빠르게 저하됩니다. 제 경험상 이런 현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수리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90% 완공이라는 숫자가 지금도 유효한지는 솔직히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이 멈춰버린 공간이 던지는 질문은 결국 하나로 모입니다. 대규모 관광 개발이 중단됐을 때 그 후속 처리를 담당할 사회적 안전망이 우리에게 충분히 갖춰져 있는가. 제 경우엔 현장을 다녀온 뒤 이 질문이 더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요약: 공매 절차에 들어간 이 건물은 염해로 인한 구조물 노후화까지 겹쳐, 새 주인을 찾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져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공정률 90%면 사실상 완공 아닌가요? 왜 그냥 안 열었을까요?

    A. 건축에서 90%는 구조와 외장이 끝난 단계이지만, 인테리어 마감·설비 점검·소방 인허가 등 오픈을 위한 비용이 별도로 필요합니다. 더 중요한 건 완공 후 운영이 가능한지의 문제입니다. 인구 감소와 해외여행 증가로 수익성 전망이 악화된 상황에서 마지막 투자금을 더 집어넣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Q. 지자체 세금 30억 원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A. 도로와 상수도 인입 공사 명목으로 30억 원의 공공 예산이 배정됐고, 실제 주차장과 도로 공사는 완료된 것으로 확인됩니다. 다만 집행 내역이 공개된 자료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 부분은 해당 지자체의 예산 집행 공개 자료를 통해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Q. 지금 현장에 일반인이 가볼 수 있나요?

    A. 리조트 건물 자체는 철제 구조물로 출입이 차단되어 있고 사유지이므로 들어가면 안 됩니다. 해변과 데크길은 별도로 조성되어 있어 외부에서 건물을 조망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도 안전을 위해 건물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고 바깥에서만 둘러봤습니다.

     

    Q. 공매로 나온 건물, 앞으로 어떻게 될 가능성이 높을까요?

    A. 규모가 크고 추가 투자 비용이 상당해 단기간 내 새 주인이 나타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장기 방치가 이어질수록 염해로 인한 구조물 노후화가 진행되어 활용 가능성이 점점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지자체 주도의 도시재생 방식이나 공공 매입 검토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재정 여건상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결론

    현장을 다녀온 뒤 한동안 이 풍경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멀리서 보면 완성된 리조트, 가까이서 보면 녹물이 흐르는 빈 건물. 그 간극이 지방 관광 개발이 가진 구조적 취약함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지역을 살려보겠다는 의도 자체는 선했겠지만, 치밀한 수익성 분석과 인구·트렌드 변화에 대한 대비 없이 막대한 자본만 믿고 달려갔을 때 결과가 얼마나 냉혹해질 수 있는지를 이 현장은 조용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비슷한 사업을 기획하는 곳이 있다면 이 건물을 먼저 한 번 보고 시작했으면 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TqZTCtn0VbU